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경기도 시화공단의 A사는 최근 공장 부지를 팔고 전북 군산으로 회사를 옮겼다. 연 매출 200억 원 안팎의 회사였지만 지난해부터 일감이 반 토막 나면서 부채를 감당할 수 없어 내린 조치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원청 업체의 부진 탓에 경영난으로 사업을 포기하는 곳이 크게 늘고 있다”며 “경쟁력 있던 업체들도 경비 절감 차원에서 지방으로 이동해 산업단지의 활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산업단지가 수출과 생산·고용 지표가 꺾이는 ‘트리플 하락세’를 보여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노후 국가산단에서 인공지능(AI)·로봇·메타버스 등 신산업 제조 분야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 조성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심장’인 국가산단이 활력 저하로 식어가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릴 정도다.
27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33개 국가산단의 수출액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 해인 2017년 1901억 11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884억 6200만 달러로 감소했다. 이 기간 해외 수출 규모는 3조 1800억 원(약 25억 4900만 달러) 줄었다. 그나마 지난해 수출이 다소 회복됐지만 2020년에는 수출액이 62조 1170억 원(약 495억 5500만 달러) 축소됐다. 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여파도 있지만 산단의 노후화와 고령화, 여기에 생산성 하락을 비롯해 신산업 제조 분야 육성·지원에 대한 정책적 무관심으로 수출과 일자리 창출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 제조업 버팀목으로서의 국가산단의 역할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수출 부진은 업체당 생산액 감소로 이어졌다. 국가산단 소재 제조업 가동 업체당 생산액은 2017년 140억 원에서 지난해 134억 원으로 감소했다. 2020년에는 115억 원 수준으로 밀렸다. 실적 악화로 일자리도 쪼그라들었다. 5년간 고용 인원이 5만 3588명이나 줄었다. 가동 업체당 고용 인원도 22.8명에서 18.9명으로 평균 4명가량 축소됐다.
특히 자동차·조선·철강 등 주력 업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공장 가동률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올 1월 기준 50인 미만 기업의 경우 68.3%로 떨어졌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 업체의 적정 가동률은 80% 수준으로 60% 이하로 내려앉았다는 것은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가 유발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가산단의 불이 꺼져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