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의 눈에 프로 선수가 쓰는 골프 클럽은 뭔가 달라 보인다. 그 클럽으로 우승이라도 하면 클럽 인기도 덩달아 폭등한다.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는 이런 일이 별로 없겠지만 그 클럽이 타이거 우즈(47·미국)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즈의 무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언을 바꾼 스코티 셰플러(26·미국)는 마스터스를 제패했고 세계 랭킹 1위를 달리는 ‘대세남’이 됐다.
최근 미국 골프닷컴은 ‘우즈 키드’로서의 셰플러를 간단히 조명했다. 비슷한 나이대 동료들과 다를 바 없이 우즈를 우상 삼던 셰플러는 2020년 마스터스에서 엄청난 기회를 얻었다. 한국 골프 팬들에게는 임성재의 챔피언 조 우승 경쟁으로 기억되는 그 대회다.
셰플러는 셰인 라우리(아일랜드), 그리고 우즈와 같은 조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2019~2020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왕이기는 했지만 셰플러는 여전히 전국구로 주목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때 우상과의 동반 플레이가 전국구를 넘어 전세계적인 스타 선수로 올라서는 발판이 됐다.
셰플러는 그때 자신의 플레이만큼 우즈의 한 샷 한 샷에 집중했다. 하나라도 더 얻어가려고 혈안이 돼있었다고 한다. 우즈의 플레이 중 특히 마음을 뺏은 것은 아이언 플레이. 셰플러는 “볼 타격이 미친 듯이 견고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함께 든 생각은 ‘저 아이언 나도 쳐보고 싶다’. 우즈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했다고 알려진 테일러메이드의 2018년 제품 ‘P7TW’였다.
이전까지 특정 용품사와 계약하는 대신 쓰고 싶은 클럽을 자유롭게 골라 쓰던 셰플러는 결국 지난 3월 테일러메이드와 계약하기에 이르렀다.
2020년 마스터스에서 셰플러는 마지막 날 71타를 쳐 최종 합계 6언더파 공동 19위에 올랐다. 우즈는 이날 76타에 그쳐 1언더파 공동 38위를 했다. 하지만 셰플러가 종종 하는 말처럼 스코어는 중요한 게 아니다.(독실한 크리스천인 셰플러는 “골프는 스코어를 잘 내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한 도구”라고 말한다.)
셰플러는 그날 이후 이듬해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 준우승 등으로 두각을 보이더니 12월에는 우즈 주최 이벤트 대회인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준우승한다. 그리고는 올 들어 2월 PGA 투어 첫 우승을 시작으로 7개 대회 4승의 충격적인 결과를 낸다.
P7TW는 우즈의 교통사고 복귀전이 된 2022 마스터스에서 우승 아이언이 됐다. 골프닷컴은 클럽 테스트 결과 셰플러와 잘 맞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우즈처럼 칠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고 해석했다. ‘이걸로 치면 나도 우즈가 될 수 있다’는 근거 작은 자신감은 무엇보다 큰 정신 무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셰플러가 3타 차 리드를 안고 최종 라운드를 맞았는데도 부담감에 눈물까지 터뜨렸다는 사실은 이런 해석에 더 힘을 싣는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골프 대회에서 선두로 최종일에 나선다는 것은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스트레스였다. 대학 시절 US 오픈 참가 때도 소화불량에 약을 달고 지냈던 셰플러다.
그런 셰플러도 우즈 얘기만 나오면 어딘지 편안해진다. 우즈의 나이키 골프화와 똑같은 제품을 신는 셰플러는 “우즈와는 예전부터 나이키 용품이라는 연결 고리가 있었다”고 말한다.
마스터스 이후 첫 대회로 팀 이벤트인 취리히 클래식을 택해 공동 18위를 한 셰플러는 다음 대회를 준비한다. 일단 5월 5일부터 열리는 웰스 파고 챔피언십 명단에는 아직 이름이 없다. 다음 대회인 AT&T 바이런 넬슨에는 나갈 예정이다. 그 다음은 시즌 두 번째 메이저 PGA 챔피언십이다. 우즈도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