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퀸덤2’의 회차가 지날수록 효린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단지 노래와 춤을 잘해서가 아닌, 남다른 프로 정신 덕분이다.
‘퀸덤2’ 출연팀은 효린을 비롯한 브레이브걸스, 우주소녀, 이달의 소녀, 케플러, 비비지까지 총 6팀. 이전 시즌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경력과 강점이 무조건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에 우승팀을 쉽게 속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5회까지 판을 쥐고 있는 인물은 효린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효린이 서바이벌을 대하는 자세는 다른 팀들과 사뭇 다르다. 불리한 패가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이 아닌, 본인이 가진 무기를 어떻게 더 잘 보여줄 수 있을지가 우선이다. 단지 최고참이어서가 아니다. 효린은 매 라운드마다 본인의 다양한 무기를 어디서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알고 있다. 그런 자세에서 여유와 당당함이 묻어 나온다.
효린의 이런 모습은 1차 경연 대표곡 대결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경연 순서를 정하는 시간, 그는 엔딩을 희망했으나 그 자리에 치열한 경쟁이 붙는 것을 보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후배들에게 순서를 양보했다. 그러면서 비교적 불리할 수도 있는 두 번째 순서를 선택하며 “저는 제 순서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니까요”라는 쿨한 답을 내놨다.
그가 가장 먼저 꺼내놓은 무기는 ‘무대를 잘한다’는 것. 홀로서기 이후 셀프 프로듀싱에 익숙해진 효린은 전체적인 무대가 잘 보일 수 있는 그림을 그렸다. 트로피컬 파라다이스라는 뚜렷한 콘셉트를 갖고, 관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파티 같은 무대를 구성했다. 효린이 머릿속에 그린 그림처럼 무대는 성공적이었고, 순서와 상관없이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2차 경연 커버곡 대결에서는 ‘뛰어난 가창력’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유일한 솔로 가수인 그는 최다 인원팀인 이달의 소녀의 곡을 선택하며 모험을 하는 듯 보였지만 이번에도 뚜렷한 그림이 있었다. 그가 1차와 다르게 초점을 둔 건 “음악이 잘 들려야 한다”는 것. 퍼포먼스에 음악이 묻히지 않고 가창력이 부각되는 방향으로 편곡해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냈다. 댄스만이 퍼포먼스가 아닌 보컬 또한 퍼포먼스라는 것을 보여주며 다른 팀과 확연한 차별점을 둔 것이다.
포지션 유닛 대결을 펼치는 3차 경연 1라운드에서는 효린의 ‘다재다능함’이 부각될 예정이다. 보컬과 댄스 중 한쪽을 선택해 펼치는 대결에서 모두 뛰어난 능력치를 갖고 있는 효린이 어떤 쪽 고를지 궁금증이 증폭된 가운데, 효린은 양쪽을 선택했다. 솔로 가수라는 물리적 한계로 인해 한 가지 미션만 선택해 안전한 길로 갈 수도 있었지만 효린은 달랐다.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같지만 시간을 쪼개서 안무와 보컬 능력을 모두 보여주기로 했다.
이 모든 경연에서 효린이 가장 놀라운 점은 혼자만의 무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효린은 프로그램 취지에 맞게 다른 팀 출연자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드라마까지 만들고 있다. 2차 경연에서 그는 "이달의 소녀에게 선물 같은 무대를 해주고 싶다”며 이달의 소녀의 세계관인 달을 상징하기 위해 에어리얼 후프 퍼포먼스까지 소화해 감동을 줬다. 3차 경연 보컬 유닛곡으로 볼빨간사춘기 ‘나의 사춘기에게’를 선곡하며 “브레이브걸스 민영이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왔던 시간들을 이 노래를 통해 위로받았으면 좋겠다”고 이유를 밝혀 뭉클하게 만들었다.
보컬 유닛 연습 과정에서 효린의 단단한 마인드까지 엿볼 수 있다. 연이은 부진으로 의기소침해져 있는 민영을 경쟁자로 보지 않고, 함께 속상해하며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면서 “난 어딜 가도 기죽지 않은 사람이었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중소 기획사에서 데뷔한 내가 잘 돼서 판을 엎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말은 그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자리까지 오게 됐는지를 알게 했다.
앞서 ‘퀸덤2’ 라인업이 공개된 뒤 효린이 유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른 건 아니다. 자체평가 점수와 글로벌 평가단 점수, 현장 평가단 점수까지 합산해 결과를 내기 때문에 비교적 팬덤의 규모가 큰 팀이 유리할 수 있다는 예상이 뒤따랐다. 그러나 효린은 팬덤의 규모와 상관없이 실력으로 모든 것을 뛰어넘고 1, 2차 경연 모두 만점을 받으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효린의 독주다. 직접 “효린을 뛰어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하는 팀들이 생겨날 정도다. 하지만 효린이 이때까지 보여준 모습대로라면, 이것 또한 이것대로 의미 있는 방향성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