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시장금리 2분기 정점 찍고 내려올 것…가을부터 증시도 반등 가능성"

[한수일 NH-아문디 채권운용부문장 인터뷰]

4월 금리발작 "유례없던 대응이 부른 유례없는 결과"

"2분기 변동성 정점 찍은 후 차츰 정상화 될 전망"

"3분기부터 인플레 꺾이고 경기둔화도 시작될 것"

"금리 사이클 끝 명확해질 때 증시도 반등할 듯"

한수일 NH-아문디자산운용 채권운용부문 부문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NH-아문디자산운용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형주 기자한수일 NH-아문디자산운용 채권운용부문 부문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NH-아문디자산운용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코로나라는 유례없는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취했던 유례없던 유동성 완화 정책, 그리고 지역 봉쇄로 공급망이 깨지며 나타난 수십 년만의 인플레이션까지…. 최근 채권시장에 나타났던 ‘금리 발작’과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이런 유례없는 일들의 결합이 불러온 유례없던 결과인 셈이었죠. 하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면 결국 시장은 안정을 찾을 겁니다. ”



한수일 NH-아문디자산운용 채권운용부문 부문장(CIO)는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최근 국내외 채권시장에 나타났던 극심한 변동성의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 3월과 4월 채권시장에서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3월 초까지만 해도 1.3% 수준이었던 미국 2년물 국채금리가 4월 초 2.5%를 돌파하는 등 한 달 만에 1%가 수직 상승했고 10년물 장기국채금리 역시 1.7% 수준에서 4월 말 2.8%까지 급등했다. 한국도 마찬가지.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이 40bp(1bp=0.01%p) 이상 상승하며 3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차가 31bp에서 10bp로 좁혀졌다가 다시 36bp로 벌어지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던 2020년 3월 이후 월간 기준 가장 크게 요동을 친 셈이다.

한 부문장은 “지난해 1년 동안 1% 오른 금리가 한 달 만에 오른 데다 상승 폭 역시 지난 20~30년래 가장 큰 폭이었으니 시장이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단기물 금리가 더욱 빠르게 치솟으며 미국에서는 2년물(2.424%) 금리가 10년물(2.398%) 보다 높아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한 부문장은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만기가 긴 장기 국채가 최종금리를 단숨에 반영해 급등하고 단기물은 기준금리와 같이 순차적으로 오르며 장단기 스프레드(금리 차)를 차츰 좁히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래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금리 인상 사이클의 마지막 무렵에 나타나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단 한번 인상했을 뿐인데 장단기가 뒤집힌,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가격이 금리(수익률)와 반대로 움직이기에 이 기간 채권 투자자들의 평가 손실은 막대한 상황이다. 예측이 틀렸기에 손실이 확대된 측면도 있다. 한 부문장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올 연말 우리나라나 미국의 최종금리가 아무리 높아도 2%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며 “그래서 채권 금리가 2%, 2.5% 수준일 때 투자 규모를 크게 늘렸는데 금리가 상단을 뚫어버리면서 손실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수준은 물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렇게까지 공격적인 긴축을 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한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금리 2분기 정점…연말 韓 기준금리 2~2.25% 전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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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한 부문장은 앞으로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관측했다. 그는 “향후 시장금리 추세는 2분기를 정점으로 한 후 차츰 하향 안정될 것이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미국 기준으로 2.9% 가까이 치솟았던 10년물과 2.7%까지 올랐던 2년물 금리는 최근 각각 2.7%, 2.5% 선까지 내려왔다. 한 부문장은 “우리의 관측으로 한국의 최종 목표금리는 2.25% 정도이며 달성 시기는 연말 혹은 내년 1분기가 될 것 같다”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 3년물 금리가 3% 내외에 머무는 것은 지나치게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플레이션 우려에 전쟁 위협, 중국 봉쇄 등의 악재가 많고 두려움이 크기에 금리가 하락하지 못하고 있지만 연말께 최종금리 수준이 2.25% 내외라는 점이 명확해지면 본격하락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봉쇄를 풀고 있는 상황에서 3분기쯤 물가 상승률이 꺾이는 것은 물론 소비 둔화·경기 침체의 신호가 나온다면 시장금리는 더욱 빨리 안정화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한 부문장은 “경기가 둔화되면 미국이 계속 강한 긴축을 하기는 힘들 것이고 그렇다면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사이클의 끝이 보인다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며 “공격적인 긴축이 있었으니 공격적인 완화가 나오리라는 생각에 증시 역시 반등을 기대해볼 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투자처로 미국채 단기물 유리…3분기부터 증시도 반등할 것”



이런 관점 속에서 한 부문장은 단기적으로는 한국 3년·미국 2년물 등 단기 채권과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아 수익률이 좋아진 회사채 등에 주목하길 권했다. 한 부문장은 “지금 자본시장은 어느 때보다 금리의 지배력이 높기에 금리의 움직임을 보면서 투자를 해야 한다”며 “이미 시장금리가 끝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는 앞으로 단기 시장금리의 하락을 예상하는 포지션, 또 장단기 스프레드 확대를 예상하는 포지션이 유리해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미국채 단기물의 경우 금리 인상을 200bp 가까이 선반영한 상태로 높은 만큼 향후 달러 강세시 환차익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을 이후부터는 다시 증시 상승에 대비한 준비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으로 조언했다. 한 부문장은 “지금 대부분 나라의 주식시장 레벨은 기준금리가 끝까지 올라가고 경기둔화가 나올 수 있는 정도까지의 충격이 선반영된 상태”라며 “그러니 여기서 더 큰 폭으로 하락하기보다는 횡보장을 계속 이어가다가 3~4분기쯤 경기 둔화 지표가 많아져 부양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나올 때쯤 반등할 것”으로 관측했다.

투자 국가별로는 미국에 주목하기를 권했다. 한 부문장은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가 올 수 있는만큼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좋은 국가를 택해야 하는데,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며 달러 강세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미국 쪽 자산이 당분간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것에 비해 미국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도 이유”라고 했다.

김경미 기자·사진=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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