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검수완박에 대한 경제학적 시각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 교수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청법의 개정으로 어떤 사회적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윤석열 당선자가 검찰총장 시절 프랑스혁명 이후 검찰제도가 시작됐다고 강조한 바와 같이 검찰은 권력 수사와 국민 보호의 상징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개정안은 권력 비리의 은폐 수단에 불과하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에릭 매스킨 (Eric S. Maskin)은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으로 유명한 경제학자다. 사회주의자인 로버트 오웬(Robert Owen)과 샤를 푸리에(Charles Fourier) 등이 사회 공학적으로 만들어진 유토피아를 주장하면서 메커니즘 디자인이 주목을 받았다. 레오니트 후르비치(Leonid Hurwicz)가 유인 합치(incentive compatibility)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중앙집권적 계획이 아니라 시장이 최선의 메커니즘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유인 합치라는 개념은 사람들의 유인구조와 제도가 일치한다는 의미다. 에릭 매스킨은 사람들의 유인구조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제도를 연구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유인구조를 도외시한 독재자의 계획이나 권력관계의 재편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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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의사는 진단과 수술을 통해 병자를 고친다. 병자를 잘 고치기 위해 진단과 수술의 전 과정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치료과정을 권력관계로 규정하고 진단권과 수술권을 가진 사람으로 나누면 어떻게 될까. 진단하는 의사는 자신의 말이 틀리지 않도록 최대한 모호하게 진단하려는 유인이 있다. 수술에 들어간 의사는 모호한 진단에 맞추어 여기저기에 메스를 댄다. 수술 과정에서 진단이 틀렸다는 것이 드러나면 수술을 멈추고 진단을 다시 하도록 요구한다. 수술권을 가진 사람은 진단권이 없기 때문이다. 진단과 수술을 분리하는 제도는 최종적으로 환자를 위하기보다 각자 진단과 수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도록 유인한다. 결과적으로 제도 도입으로 환자의 고통은 명확해진다.

검수완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검찰이 수사권과 공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권력자이기 때문에 권력을 나누어 수사권은 경찰에게 공소권을 검찰에게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것을 권력관계로 보는 사람들은 이러한 수사권 분리가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다.

공소권이 없는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가. 수사한다면 국가의 공권력이 처벌하지 못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셈이다. 수사 자체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다. 수사권 남용의 국민적 폐해는 공소권 남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은 정도로 크다. 공소권은 법원에 의해 통제되는 반면 수사권은 통제되지 않는다. 공소 유지를 의식하지 않은 수사는 확대되기 마련이다. 권력을 위해 수사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견제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수사권이 독립되면 수사권 남용과 사유화의 유인은 강화한다. 이 과정에서 권력 비리는 은폐되고 국민의 인권과 안녕은 보장되지 않는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검사가 경찰이 송치한 사건과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에서 수사하도록 제한 함으로써 사실상 경찰이 공소권도 없으면서 공소와 수사의 전 범위를 장악하도록 했다. 이것은 자기 모순적이다. 범죄가 있어도 수사 미비로 잘못된 범죄사실로 송치된 범죄자는 석방된다. 분리될 수 없는 수사와 공소를 분리함으로써 경찰에게는 권한 남용의 유인을 제공하고 검찰에게는 일할 유인을 제거함으로써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유인구조는 사라진다.

경찰은 국민과 직접 대면하는 공권력이다.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럽게 국민을 대한다. 검찰은 검찰총장의 독립성과 삼권분립의 메커니즘으로 통제됐다. 이를 통해 각 기관이 국민의 인권과 안녕을 보장해야 하는 유인구조를 만들어 왔다. 검수완박은 자유민주주의 메커니즘을 흔드는 새로운 권력의 탄생을 의미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무엇을 추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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