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직 정신 못차렸나" 전문가들 '중앙감염병병원 위탁운영 추진'에 일침

2일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 이후, 감염병 대응체계 개혁 왜 필요한가’ 주제로 포럼 개최

인수위 최첨단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 추진 발표에…서울대병원 위탁 운영 의혹 커져

감염병 전문가들 "국립중앙의료원 중심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필요" 한 목소리

지난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왼쪽)과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 연합뉴스지난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왼쪽)과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 연합뉴스





"메르스 사태 때부터 계획됐던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이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부로 겨우 탄력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공공의료 체계를 확충하려는 근본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온갖 꼼수가 동원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인천의료원장)은 2일 국립중앙의료원이 서울 노보텔 엠버서더 동대문 호텔에서 ‘코로나 이후, 감염병 대응체계 개혁 왜 필요한가’란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기존 대학병원에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을 맡기자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쓴 소리를 쏟아냈다.

이는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 중인 중앙감염병병원의 운영 주체를 서울대병원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돌연 불거진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은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의료계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건립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진척이 없었는데, 지난해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부금 5000억 원을 내놓으면서 탄력을 받았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 공사를 시작해 2027년에 1100병상 규모의 모병원 건립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방산동 일대 미 극동 공병단 부지에서 문화재 발굴 조사가 시작됐고, 사업의 총비용 조정을 위한 기획재정부의 적정성 검토 작업이 7월께 완결된다고 예고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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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최첨단 감염병 전문병원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잡음이 일고 있다. 구체적인 병원명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의료계 내부에서는 서울대병원 위탁 운영을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조 회장은 "국가감염병 대응체계를 구축하려면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지방의료원들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2년 넘게 코로나19 사태를 겪고도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다음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 감염병 대응체계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기간 대응실태를 돌아볼 때, 성공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측면도 있었기에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포럼 발제자로 나선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지난 2년 4개월 동안의 노력이 폄하돼선 안되겠지만 코로나19 사태 초기 에 비해 후반 대응은 성공적이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팬데믹과 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을 세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체 병원에서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5.7%에 불과한 국내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다.

방지환 서울시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중앙감염병병원 건물만 번듯하게 지어놓고 특정 병원에 위탁 운영하겠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라며 "돈 문제를 떠나 기관의 질적 관리와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경영을 효율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립중앙의료원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거버넌스 정립과 역량 강화, 법적 근거 마련 등 구체적인 논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앙감염병병원의 서울대병원 위탁 운영설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날 포럼에서 패널 토론자로 참석한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당초 계획된 대로 방산동 부지에 신축 건물을 세우기 위한 과정이 진행 중이다. 현재로선 서울대병원 위탁 운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일정이 다소 지연된 것은 맞지만 행정절차가 꾸준히 진행되어 온 만큼 설계를 거쳐 2년 뒤에는 건물이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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