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메리츠증권 홀로 우상향…올해도 ‘최희문 매직’ 이어가나

■분기 최대실적 달성

1분기 순익 2824억으로 33% 증가

영업익도 창사 첫 3000억선 돌파

채권 금리인상 대비해 헤지 전략

비상장사 투자 통해 900억 '대박'

캐피탈 수익 증가도 호실적 기여


올 들어 증시 부진으로 주요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이 ‘반 토막’ 난 가운데 메리츠증권(008560)이 홀로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금리 인상에 대비한 운용 전략, 비상장사 및 해외 투자 수익 급증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또 자회사들 역시 1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실적 밑받침이 됐다. 최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 친화 정책에 힘입어 단숨에 증권 업계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올라선 메리츠증권이 기세를 몰아 1위 미래에셋증권을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2일 메리츠증권은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3.4% 증가한 2824억 원을, 영업이익은 32.4% 늘어난 376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3000억 원 선을 돌파했다.

자회사들의 실적을 제외한 증권사 별도 기준으로도 1분기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2720억 원)과 당기순이익(1926억 원)이 전년 대비 각각 21.3%와 13.7%씩 증가했다.



채권 운용과 비상장사 투자가 호실적의 일등 공신이었다. 채권 금리 인상에 대비해 적극적인 헤지 전략을 쓰면서 채권 보유에 따른 손실을 비껴갔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1분기 채권 보유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면치 못했다. 메리츠증권의 한 관계자는 “채권 금리 상승에 대비한 포지션 관리로 트레이딩 부문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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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산 운용 부문의 성적도 두드러졌다. 올 1분기 메리츠증권은 비상장사 투자에서 900억 원, 해외 에너지 거래에서 500억 원 규모의 수익을 냈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자닌 평가이익 100억 원, 두산중공업 워런트와 관련한 40억 원 등 큰 폭으로 증가한 일회성 이익들이 한꺼번에 반영되고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증시 불황에 따라 다른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리테일 수익은 소폭 감소했지만 그 외 다른 부문에서는 고른 증가세를 기록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메리츠캐피탈에서 양호한 수익을 올린 것이 연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데 기여했다.

한편 메리츠증권이 올해 역시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이른바 ‘최희문 매직’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다. 업계에선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10년째 메리츠증권을 이끌고 있는 최희문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지속적으로 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실적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전 거래일보다 4.27% 오른 68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1월 3일 종가 5180원) 대비 주가 상승률은 32.62%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5.73%), 삼성증권(-10.08%), NH투자증권(-11.48%), 한국금융지주(-12.28%) 등 다른 주요 증권사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메리츠증권의 ‘나 홀로 상승세’는 더욱 눈에 띈다.

한편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5월부터 지속해온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정책 역시 부진한 증시 환경에서 주가 방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메리츠증권은 자사주 소각을 전제로 지난해 34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완료했으며 올 3월에도 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바 있다. 메리츠증권은 주가로 매입한 자사주 역시 전량 소각해나갈 계획이다.

이에 증시 부진으로 증권 업계 시총 규모가 1조 원 넘게 줄어들 동안 메리츠증권은 몸집을 불리며 시총 2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날 기준 KRX증권 지수를 구성하는 14개 증권사의 시총 합계는 27조 3069억 원으로 1월 3일(28조 9293억 원) 대비 1조 6223억 원 규모가 빠져나갔다. 반대로 메리츠증권 시총은 이 기간 3조 5313억 원에서 4조 5064억 원으로 1조 원가량 늘어나며 순위가 5위에서 2위로 큰 폭 올라섰다. 같은 기간 시총 규모가 8.7% 줄어든 업계 시총 1위 기업 미래에셋증권(4조 9595억 원)과의 격차는 4500억 원가량으로 좁혀졌다.


정혜진 기자·성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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