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검수완박 독소조항에…'억울한 산재 사망' 묻히나

'업무상과실' 연 30건 고발되는데

신청 대상에서 고발인 제외시켜

警 불송치땐 檢 보완수사 못해

지난해 2월 서울 강서경찰서 앞에서 열린 ‘정인이 사건’과 관련한 아동보호 전문기관 고발 기자회견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손 팻말을 들고 있다. 아동학대방지협회는 서울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과 담당자들을 유기치사 및 업무상과실치사,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지난해 2월 서울 강서경찰서 앞에서 열린 ‘정인이 사건’과 관련한 아동보호 전문기관 고발 기자회견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손 팻말을 들고 있다. 아동학대방지협회는 서울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과 담당자들을 유기치사 및 업무상과실치사,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




9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재해 사망 사고의 진실 규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광주 아이파크 붕괴 사건, 삼표 채석장 붕괴 사건처럼 대형 사고가 아닌 산업재해 사망 사건에서는 고발이 핵심인데 검수완박으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해도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법조계와 시민 단체는 고발인 이의신청을 제한한 검수완박 조항이 사회적 약자 구제를 막는 독소 조항이라며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5일 서울경제가 검찰에 의뢰해 산출한 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검찰·경찰에 총 142건(384명)의 업무상과실치사 사건 고발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40건(28%)이 기소됐다. 평균 한 해 약 30건씩 고발이 접수되고 8건은 기소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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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나 업무 중 사고로 사망한 경우 사업주 등에게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적용된다. 사망한 피해자는 직접 고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직접 인지 수사에 나서거나 형사소송법에 따라 유족이 사망자를 대신해 고소할 수 있다. 2020년 기준으로 검찰에 접수된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이 3364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사건 가운데 약 1%가 제3자의 고발로 접수된 셈이다.

법조계는 검수완박이 시행되면 업무상과실치사에 해당하는 고발 사건은 경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사실상 2차 수사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형사소송법은 경찰이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하더라도 피해자·고소인·고발인이 이의신청을 제기해 검찰의 보완 수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3일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의신청 주체에서 고발인을 제외(245조의 7)시켰다. 국회는 정치적 고발 남발을 막는 차원이라지만 법조계에서는 사회적 약자에게 독소 조항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검찰은 그동안 경찰과 고용노동부 수사를 보완해왔는데 앞으로는 이 같은 시스템이 작동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최근 경찰이 단순 교통사고라고 판단한 사건을 송치받은 뒤 보완 수사를 통해 업주의 산재 사고 책임을 밝혀냈다. 일선 지청의 한 검사는 “산재 사망 사고 중에는 고소권을 가진 유족이 없는 경우도 있고 시민 단체가 공익적으로 고발해 수사가 이뤄지는 사건도 많다”며 “검수완박 이후 경찰이 이런 고발 사건들에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 담당 경찰관이 스스로 의견을 변경하지 않는 이상 해당 사건은 검찰로 송치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발인의 이의제기를 막으면 디지털 성범죄처럼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거나 미성년자가 피해자인 사건 등에서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변호사인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는 “아동학대, 장애인학대, 공익 관련 범죄 대부분 고발인의 역할이 결정적임에도 고발인만 있는 사건은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하면 어떤 방법으로든 사건을 다시 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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