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시그널] 두나무, 대기업 지정…울고 있는 벤처캐피탈

벤처법상 출자제한 기업집단 묶여 투자 못해

외국계 VC·PEF는 투자 가능해 역차별 지적도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두나무가 이달 초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에 지정되면서 그동안 함께 성장 해온 국내 벤처투자업계는 아쉬움을 넘어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상 창업투자회사인 벤처캐피탈(VC)들은 대기업 집단 투자가 엄격하게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5일 재계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VC들은 두나무와 그 계열사에 대한 투자가 사실상 막혔다. 벤처투자법 ㄴ 39조와 52조는 VC들이 벤처펀드를 이용해 기업집단에 소속된 회사에 투자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이자 세계적인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다. 업비트에 예치된 고객들의 자금만 5조 원 이상이고 누적 거래액은 3000조 원을 넘어섰다. 두나무는 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자회사들이 많은데 자본력과 기술력이 막강해 VC 입장에선 최고의 투자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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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무는 1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데 블록체인 기술 기업 '람다256', 기업 주주관리 솔루션 '코드박스', 블록체인 기반 중고 명품시계 플랫폼 '바이버' 등이 독자적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VC들은 두나무가 대기업 집단에 지정되기 직전 람다256과 코드박스 등에 최대한 투자를 단행해 두나무측이 1000억 원 넘는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나무는 VC들의 투자가 차단됐지만 추가 자금 확보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에는 외국계 투자사나 사모펀드(PEF), 자산운용사 등이 활발하게 벤처투자에 나서고 있어 언제든 성장 자금을 공급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대기업으로 지정된 네이버의 계열사인 크림·플레이리스트나 카카오 계열사들에 대한 투자 기회도 외국계 VC, PEF들이 독식한데 비해 국내 VC들은 구경꾼 신세를 면치 못했다.

VC들도 별도 PEF를 조성해 대기업 혹은 계열사에 투자할 수는 있지만 벤처펀드 운용이 주업인 VC가 인력과 비용을 따로 편성해 PEF를 만들고 두나무·네이버 등에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벤처펀드 운용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출자자(LP)들의 눈치도 살피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VC 대표는 "대기업집단이라도 신규 사업이나 벤처 기업을 하는 데 대해선 VC들의 투자를 열어줘야 한다" 면서 "외국계 투자사들에 비해 역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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