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이 임영웅했다.”
이름값한다고 했던가. 가수 임영웅이 히어로급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트로트 프린스인 줄로만 알았더니, 장르를 넘어서는 독보적 매력이 있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임영웅이라는 브랜드를 확인한 순간이다.
임영웅은 지난 2일 첫 정규앨범 ‘아임 히어로(IM HERO)’를 발매했다. 2016년 데뷔 이후 주로 싱글 앨범을 발표했던 그가 6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이다. TV조선 ‘미스터트롯’ 우승 이후에도 탄탄하게 길을 다져온 그가 남다른 위상을 입증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그의 첫 정규 앨범에는 가요계 최고 실력자들이 모였다. 전작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를 함께 했던 설운도를 시작으로 이적, 자전거 탄 풍경의 송봉주, 박상철, 딕펑스 김현우, 윤명선 등 각 분야에서 최고로 불리는 뮤지션들이 총 12곡의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함께 만든 ‘아임 히어로’에는 사람과 사랑, 세상 이야기로 가득 찼다.
임영웅의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은 역시 타이틀곡이다. 타이틀 ‘다시 만날 수 있을까’는 사랑했던 연인을 위해서 떠날 수밖에 없고 보내줘야 될 수밖에 없었던 내용의 발라드다. 임영웅과 ‘감성 장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이적이 작사·작곡했다. 한 소절마다 진심을 꾹꾹 눌러 담는 스타일인 두 사람의 시너지가 제대로 난 곡이다.
정규 타이틀로는 예상하지 못한 스타일이다. ‘미스터트롯’ 진(眞)으로 트로트 가수라는 이미지가 확실해진 임영웅이었기에 발라드를 내세운 것이 의외라고 느끼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르적 거리만 있을 뿐 임영웅은 ‘미스터트롯’ 경연 당시부터 강점으로 꼽힌 감성에 집중했다.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폭발적인 가창력보다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를 강조된 곡이라는 것만 봐도 그렇다.
타이틀곡은 물론 이외 앨범 전곡이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발라드부터 트로트, 댄스, 힙합 포크 등 다양하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아닌, ‘임영웅’이라는 장르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엿보인다. 수록곡 ‘아 비앙또(A bientot)’에서 기계음 목소리로 랩까지 하는 것은 파격적이다. “트로트는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시원하게 편견을 깨준다.
그렇다고 임영웅이 ‘트로트 가수’ 타이틀을 버린 것은 아니다. 다방면에서 뛰어난 임영웅이 트로트에서 빛을 발한 이유는 삶을 노래하는 트로트와 가장 잘 어울려서다. 그는 설운도가 선물한 정통 트로트 ‘사랑해요 그대를’, 박상철 작곡의 ‘보금자리’에서는 맛깔스러운 목소리로, 트로트계 미다스의 손 윤명선 작곡가의 ‘인생찬가’에서는 깊은 트로트의 맛을 낸다.
임영웅의 이름값을 하는 결과물이다. ‘미스터트롯’ 이후 디지털 싱글, OST 등을 종종 발표했지만 정규 앨범을 내기까지 오래 걸린 이유를 바로 알 수 있다. 가수로서 정체성 같은 정규 앨범에 그의 모든 강점과 장점이 녹아있다는 것을. 완성하고도 부족함을 느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을 반복하며 2년 여간 전력을 다한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임영웅의 다채로운 모습은 제대로 통했다. ‘아임 히어로’는 발매되자마자 음원차트에 전곡 줄세우기를 했고, 타이틀곡은 지니, 벅스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랐다. ‘사랑은 늘 도망가’ ‘이제 나만 믿어요’ 등 히트곡 역시 함께 급상승하며 100위권 내 임영웅의 곡만 10곡이 훌쩍 넘는다. 차트 개편 후 많은 가수들이 차트인조차 힘든 상황과 대비된다.
앨범 성적은 더 놀랍다. 2일 유통사 드림어스컴퍼니에 따르면 ‘아임 히어로’의 국내외 선주문량은 일찌감치 총 100만장을 돌파했다. 가온차트 리테일 앨범 차트에서는 4일 1위를 기록했다. 남자 솔로 가수가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건 2001년 김건모 7집 이후 그룹 엑소 백현이 19년 만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안 된 시간에 임영웅이 그 기록을 깨며 초동 역대 1위에 오르게 됐다. 트로트계에서는 새로운 역사다.
누구와도 쉽게 비교할 수 없는 길을 개척하고 있는 임영웅의 다음 행보는 전국투어 콘서트다. 그는 새 앨범을 발표하며 방송 활동보다 팬들을 직접 만나는 것을 선택했다. ‘가수 임영웅’에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공연도 활발해지고 있는 시점이라 팬들 앞에 서고 싶다는 바람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총 20여 회로 마련된 공연은 이미 전석이 매진됐고 6일 고양에서 힘차게 포문을 열었다.
임영웅이 바라고 꿈꾸는 것은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음악으로 돌려주는 것. 최고의 위치에 오른 그는 요즘도 10시간씩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지금의 위치에 만족하고 머무르기보다 끊임없이 보이지 않은 곳에서 발을 구르고 있어다
“제가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직 올라가야 길이 너무 멀었어요. 이 부족함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합니다.“(4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