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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루 in JIFF] 리뷰: '애프터 양' 다문화 가정이 한 그루 나무가 되기까지

영화 '애프터 양' 스틸 / 사진=영화특별시SMC영화 '애프터 양' 스틸 / 사진=영화특별시SMC




안드로이드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작고 소소한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인간들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바람, 나뭇잎, 그림자까지 소중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까지 담겨 있다. 가장 인간적이지 않은 A.I(인공지능)를 통해 인간성 회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 '애프터 양'이다.

'애프터 양'(감독 코고나다)은 제이크(롤린 파렐) 가족이 소유한 아시아계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A.I 양(저스틴 H. 민)이 작동을 멈추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백인 아버지, 흑인 어머니 사이로 입양된 중국계 소녀 미카(말레아 엠마 찬드라위자야). 부모는 미카가 중국의 문화와 언어를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양을 구입한다. 바람대로 양은 미카에게 중국어와 역사, 문화를 가르치고 보호자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양이 작동을 멈추게 되고 제이크는 양을 고치려고 노력하지만 수리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러 쉽지 않다.

양을 수리 맡긴 사이, 제이크 가족은 양의 빈자리를 느끼게 된다. 가장 빈자리를 크게 느낀 건,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양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미카다. 그런 미카를 위해 부모는 미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제이크와 아내 역시 양에게 추출한 기억이 담긴 영상을 보면서, 그동안 모르고 지나갔던 양의 따뜻한 감정을 알게 된다.

작품은 먼 미래를 그리는 SF물이다. 그러나 여타 SF물과의 배경과는 확연히 다르다. 대부분의 SF물이 회색빛의 차가운 도시를 배경으로 삼는 것과 달리, 작품은 녹음이 짙은 숲과 나무, 그리고 자연친화적인 집이 등장한다. 고도로 발전된 기술 역시 등장하지만, 그 안에도 자연이 있는 게 특징이다.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 옆에는 항상 나무가 배치돼 있다.



작품의 가장 큰 줄기는 가족의 회복이다. 극 초반, 제이크 부부는 바쁘다는 이유로 미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아내는 제이크에게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된다고 줄곧 주장하지만, 제이크는 양을 핑계로 대며 피하기만 한다. 어쩔 수 없이 미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제이크는 그동안 자신이 몰랐던 미카의 마음과 버릇 등을 보며 무심했던 자신의 과거를 반성한다. 미카 역시 아빠와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부정을 느끼는 모습. 제이크 가족은 양의 부재로 인해 진정한 가족이 돼 간다.

섞일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다문화 가정이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난 것이다. 미카는 자신의 부모를 두고 친부모가 아니라고 놀리는 친구들에게 상처받은 아이다. 양은 미카에게 "한 그루의 나무에 다른 나무의 가지를 붙이고, 사랑으로 돌보면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제이크 가족 역시 서로에게 가지를 뻗고, 하나의 나무가 됐음을 알리는 대목이다.

제이크와 아내가 추출한 양의 기억에는 제이크 가족을 바라보는 양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부부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계속해서 돌려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양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양의 기억에는 제이크 가족만 있는 게 아니다. 양이 바라본 나뭇잎, 나뭇가지 사이의 하늘, 오후의 그림자, 차가 우러나온 과정도 있다. 너무 소소해서 지나칠 수 있는 풍경들이지만, 양은 이를 특별하게 바라본 것이다. 부부도 양의 기억을 통해 지나쳤던 작은 것에 대한 감사함을 되뇐다. 아이러니하게 인간성이 없다고 생각했던 A.I를 통해 가족애를 회복하고, A.I의 시선을 통해 인간성을 되찾는다.



양의 존재 역시 아이러니 자체다. 사고는 A.I처럼 하지만, 인간 보다 더 인간 같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걱정할 수 있고, 먼저 떠난 사람을 그리워할 수 있으며 사랑의 감정도 느낄 수 있다. 양은 자신에게 주입된 지식이 아닌 경험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길 원한다. 이는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이다. 그러나 정작 인간이 되길 원하지는 않는다. 양은 모든 것을 초월한 존재처럼 보인다.

열려 있음의 미학을 추구하는 코고나다 감독의 작품답게 전체적으로 해석의 여지가 충분하다. 인간성 있는 안드로이드, 다문화 가정의 결합, 추억과 망각에 대해 고뇌할 수 있다. 특히 결말 부분, 제이크 가족이 양을 박물관에 기증하기로 마음먹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애도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양을 전시하는 건 결국 인간의 이기심일지도 모른다고.

+요약


제목 | 애프터 양(AFTER YANG)

감독 | 코고나다

출연 | 콜릴 파렐, 조디 터너 스미스, 저스틴 H. 민

배급 | 영화특별시SMC

러닝타임 | 96분

개봉 | 2022년 6월 1일




관람 등급 | 전체 관람가




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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