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망사용료法으로 K팝·웹툰 직격탄" vs "네카오도 내는데 통상마찰은 기우"

■'韓 망사용료법' 경고한 美

美 "韓통신 편들어주는 법은 차별"

네카 글로벌 확장 발목 가능성

국회도 한미관계 살피며 신중론

통신업계 "국내기업도 동일 적용

EU 등 추진…통상마찰 우려 없어"

윤석열(왼쪽)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제공=연합뉴스윤석열(왼쪽)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제공=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한국 ‘망사용료법’ 문제에 직접 팔을 걷고 나서며 국내 콘텐츠 업계는 자칫 해외로 진출한 한국 사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웹툰·드라마·K팝 등 한국 콘텐츠 사업이 이제 막 글로벌 시장에서 발돋움하는 상황에서 망사용료법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통신 업계는 망사용료법이 해외 기업만이 아닌 국내 기업까지 모두 포괄해서 규제하는 법이기 때문에 통상 마찰 우려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망사용료법은 국내 통신과 콘텐츠 업계 간의 갈등을 넘어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는 시기에 부각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美 정부 “기업 간 해결할 문제를 왜 국가가 나서나”=9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미 정부는 망사용료법이 사실상 한국의 정부·국회가 미국 기업에 세금을 매겨 국내 통신사에 이득을 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법률안에서 넷플릭스와 구글을 직접 거론하며 “정당한 망 이용 대가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실제 미 정부의 입장과 대응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미 관료 출신 자유무역협정(FTA) 전문가도 우려를 직접 나타냈다. 2018년 한미 FTA 개정 협상 당시 국가경제위원회(NEC) 부보좌관을 지낸 클리트 윌렘스 전 백악관 국제경제부 차관보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망사용료법은 미국 기업에 국경 간 세금을 부과하고 한국 통신사들에 일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특히 양국 간 합의한 무역 원칙에서 네트워크 관련 비용 분배는 민간 ‘기업 간 합의(commercial arrangements)’를 통해 해결하기로 했는데 이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이러한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통신 업계 “역차별 바로잡는 것…EU 등 전 세계적 추세”=반면 국내 통신 업계는 미 무역대표부(USTR)가 주장하는 FTA 위반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국내 업체들은 망 사용료를 모두 내는 상황에서 해외 기업들만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역차별’을 바로잡기 위한 법일 뿐 결코 특정 기업을 차별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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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등 해외에서도 미국 콘텐츠 제공사(CP)들의 망 비용 분배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한 만큼 통상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도 낮다는 입장이다. 실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빅테크들이 통신사의 네트워크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 통신사 단체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메타(옛 페이스북)·넷플릭스·아마존 등 일부 미 빅테크 업체들이 유럽 전체 트래픽의 5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유럽 통신사들은 매년 20조~40조 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법안을 밀어붙이던 국회 내부에서는 신중론에 무게를 실으며 무리해서 진행할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법안 발의 때부터 국제법적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추진된 측면이 컸다”며 “뒤늦게 공청회를 열어 한미 관계에 어떤 리스크가 생길지 살펴보는 중”이라고 했다.

◇K팝·웹툰도 미국에서 규제받나=국내 콘텐츠 업계는 미국 등 해외에서 벌이고 있는 한국 콘텐츠 사업이 입을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넷플릭스·구글을 겨냥한 규제법을 만들었듯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 콘텐츠 기업을 타깃으로 한 제재가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 1등 웹툰 사업자인 네이버는 웹툰 본사를 현지에 두고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035720) 역시 웹툰 ‘타파스’, 웹소설 ‘래디쉬’ ‘우시아월드’ 등 주력 콘텐츠 회사들이 미국에 거점을 두고 있고 리디는 ‘만타’ 서비스가 미국에서 한창 확장하고 있다. 웹툰·웹소설뿐 아니라 하이브(352820) 소속 방탄소년단(BTS), YG의 블랙핑크 등 K팝도 무역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BTS는 지난해 네이버 스트리밍 플랫폼 ‘브이 라이브’를 통해 미국에서 방송을 송출하다가 트래픽 과다로 서비스 장애가 발생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 넷마블(251270)·펄어비스(263750)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미국에 진출해 콘텐츠 사업을 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박성호 회장은 “우리 콘텐츠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반대로 똑같은 상황을 직면하게 될까 우려된다”며 “경제 전반에 걸쳐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 디지털 분야 역시 대외 관계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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