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중·러 밀월 영원하지 않아… 서방 적대적 대응은 양국 뭉치게 할 것”

■‘외교 거물’ 키신저의 신냉전 진단

우크라사태로 反美연대하지만

양국 이해관계 일치하지 않아

習, 러 고립 반면교사 삼을 것

서방 '균열' 노리는 접근 필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1970년대 미국과 공산 진영 간 데탕트(긴장 완화)를 주도하며 냉전 종식의 물꼬를 텄던 ‘외교 거물’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현재 ‘밀월’처럼 보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두 나라가 연대해 서방과 맞서는 신냉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중국과 러시아 간 ‘균열 요인’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진단이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전후의 세계 지정학은 전과 달리 크게 변화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신냉전의 한 축인) 중국과 러시아 간 동맹이 영구적일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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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중국은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면교사’로 삼으려 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 정세와 러시아의 역량을 ‘오판’한 결과”라며 “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라면 푸틴 대통령이 자초한 상황을 보며 ‘나는 이런 난관에 빠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고강도 제재와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는 현 상황은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도 피하고 싶을 것이라는 의미다. 키신저 전 장관은 “근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완벽하게 일치하지도 않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반(反)미국’이라는 공동전선의 속을 들추면 중국과 러시아 간 경쟁 구도가 눈에 들어온다. 중국은 옛소련 영토였던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며 동유럽 국가들과의 교역 비중도 늘리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주요 교역 파트너이기도 하다. 중국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름(크림)반도 무력 병합 사실을 지금까지 공식 인정하지 않는 데는 이런 속사정이 있다.

이런 이유로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를 싸잡아 적으로 돌리는 대응은 현명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는 “적대적 대응은 외려 (서방의) 외교적 입지를 좁힐 수 있다”며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성사시킬 당시의 경험을 소개하며 “당시 러시아 못지 않게 미중 관계도 최악이었지만 대화할 용의가 있는 마오쩌둥 전 중국 주석을 공략해 결국 대화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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