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코로나로 결혼 미뤘는데…"올 식장 예약 끝났습니다"

■방역 해제로 웨딩 수요 '봇물'

잇단 마감에 내년 예약 문의 쇄도

신혼살림 후 결혼하는 부부 늘어

업체 과도한 지불보증인원 요구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난달 19일 서울 아현동 웨딩드레스 판매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난달 19일 서울 아현동 웨딩드레스 판매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예약은 다 차서 내년에나 가능할 것 같아요. 연락처 남겨주시면 순차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코로나19 장기회로 결혼을 미뤘던 예비 부부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예식을 서두르면서 전국 곳곳에서 예식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결혼식 수요에 비해 예식장이 부족하자 일부 예식업체들은 지불보증인원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등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에서는 올해 대부분의 예식장이 마감됐다. 토요일 낮 시간대는 1년 전에 예약이 끝났고 일요일 같은 시간대도 최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모두 소진됐다. 수원 장안구에 있는 한 예식장은 올해를 넘어 내년 3월까지 예약이 완료됐다.

수원에 거주하는 윤모 씨는 “올해 11월에 결혼식을 하려고 지난 3월부터 예식장을 알아봤는데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하나도 고를 수 없었다”며 “다행히 취소된 예식이 있어서 그나마 예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원의 한 예식장 관계자는 “올 가을이나 겨울에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도 올해는 예약이 꽉 차 내년이나 돼야 예약이 가능하다”며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가 되면서 내년 예식을 잡으려는 문의가 더욱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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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한옥 예식장인 경원재도 올 7~8월을 제외하고 주말과 휴일 결혼식 예약이 완료됐다. 특히 예비 부부들은 성수기인 5월부터 10월에 사전 예약된 모든 예식을 야외 결혼식으로 선택했다. 성재영 경원재 총지배인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그동안 미뤄왔던 결혼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요즘 들어 예약 문의와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도 예식장이 몰려 있는 서구 상무지구를 일부 제외하고는 올 연말까지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잡기가 쉽지 않다. 일부 예비 부부들은 주말이나 공휴일이 아닌 평일 저녁에 예식을 잡는 경우도 늘고 있다. 광주 예식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예식을 올리는 예비 부부는 모두 1~2년 전에 예약을 한 분들”이라며 “최근에는 돌잔치를 하려는 수요까지 겹치면서 예식장 잡는 데 그만큼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년 넘게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는 새로운 결혼 풍속도를 낳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결혼을 연기하고 동거에 들어간 신혼부부들이 임신 상태로 결혼식을 갖는 일이 부쩍 늘고 있어서다. 아이와 함께 셋이서 신혼여행에 나서는 부부들도 등장하고 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정모 씨는 최근 결혼식을 마친 뒤 일가 친척 및 지인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정 씨는 “지난해 8월 결혼을 계획했는데 코로나19로 예식을 포기하고 미리 마련해둔 신혼살림을 시작했다”며 “그새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지난달 결혼식을 한 뒤 뱃속 아이와 함께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예식장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자 일부 예식장은 지불보증원인을 과도하게 요구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불보증인원은 결혼식 참석이 예상되는 하객 수를 미리 계산해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통상 지불보증인원을 최소한으로 적게 잡은 뒤 결혼식 당일 늘어난 하객에 따라 추가 비용을 낸다. 하지만 예식장들이 지불보증인원이 많은 예비 부부를 우선적으로 받고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지불보증인원을 높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울산시에 거주하는 박모 씨는 “양쪽 모두 친척이 많지 않아 150명 정도만 모시고 식을 올리고 싶지만 마음에 드는 예식장은 최소 인원을 200명으로 제시해 올해 예식을 포기했다”며 “결혼식을 내년으로 늦추고 예식장도 일반 결혼식장이 아닌 지자체가 제공하는 저렴한 공영 예식장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장지승 기자·전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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