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금리 올린다고 물가 잡힐까

한기석 논설위원

에너지·곡물가격 수급 문제로 급등

기준금리 조절한다고 해결되지 않아

가계부채 폭탄 터지는 역효과 우려

원전 늘리고 식량 안보 대책 세워야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최고 권력자가 됐다는 기쁨보다는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에 힘겨워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이제 막 대통령이 된 그에게 가장 시급한 현안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물가는 분명 과제 명단의 최상단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11일 취임 후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물가가 제일 문제”라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110대 국정 과제에는 서민 물가 안정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출하 조절 시설 확충, 채소 가격 안정제 물량 확대,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 지원 등의 방안이 들어 있다. 경제에 문외한인 윤 대통령도 물가가 이 정도 대책으로 잡힐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혹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에게 기대를 걸고 있을지 모르겠다. 한은은 설립 목적이 물가 안정인 인플레이션 파이터다. 이 총재는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기준금리를 네 차례 인상한 데 대해 “적절한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물가 오름세에 대해서는 “통화정책적 대응을 통해 이를 완화해 가야 한다”며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잡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전년 대비 3.2% 오른 이후 3%대를 유지하다 올 3월 4.1%, 4월 4.8%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5% 상승률을 각오해야 된다고 경고한다. 금리를 네 차례나 올려도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보면 이 총재의 생각과 달리 금리 인상이 잘못됐거나 최소한 부족한 처방인 것이 확실하다. 당연히 추가적인 금리 인상도 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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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막대한 유동성이 풀렸다. 풀린 유동성은 이후 한 번도 제대로 회수된 적이 없다. 오히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더 불어났다. 돈이 넘쳐 나니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금리정책은 통화량을 조절할 때 쓴다. 유동성이 끌어올린 물가는 금리를 인상해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이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금리를 네 차례나 인상해도 물가 잡기에 실패한 것은 물가 상승의 더 큰 원인이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이번 물가 상승의 주범은 에너지와 곡물이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탓이 크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끝나가면서 산업 수요가 늘어나고 지난 겨울 라니냐 영향으로 북반구의 날씨가 추워져 난방 수요까지 몰리면서 급등했다. 곡물 가격이 오른 데는 코로나19로 공급망이 교란되고,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한 영향이 크다. 북미 곡창지대인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가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남미 최대 곡물 생산지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이상기후에 시달렸다. 에너지는 수요가 늘고 곡물은 공급이 줄어드니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수급 문제는 수급으로 풀어야지 금리를 조절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금리 인상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대신 역효과는 매우 클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862조 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된 지 오래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과 빚투(빚 내서 투자)로 키운 가계 부채는 금리가 오를 때마다 폭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한은은 이제라도 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부는 물가를 잡을 근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원전 가동을 최대한으로 늘리고 에너지 수입을 줄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해외 에너지 자원 확보에 나서야 한다. 남아도는 쌀 대신 턱없이 부족한 밀과 콩 재배를 확대해야 한다. 사료를 많이 먹는 소·돼지 대신 닭·오리 사육을 늘려야 한다. 식량 문제를 국가 안보로 인식해 20.2%에 불과한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해외 식량 기지를 구축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첫해의 최대 과제일 수 있는 물가를 잡는 데 성공한다면 그가 제시한 비전대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가 성큼 다가올 것이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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