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오철수 칼럼] 빠른 성장 이루려면

백상경제연구원장·서울경제 논설고문

인플레·공급망 차질 등 복합위기

기초체력 고갈상태선 백약무효

규제개혁으로 신성장동력 찾고

노동생산성 높여 경쟁력 키워야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성장 담론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10일 취임사를 통해 “도약과 빠른 성장을 이룩하지 않고는 양극화와 사회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국정 운영 기조는 분배에 주안점을 뒀던 문재인 정부와 대비되는 것이다. 경제 대전환으로 성장을 이뤄내고 이를 통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조짐 등 경제 난관을 정공법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추락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80년대 연평균 9.0%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7.2%로 떨어진 데 이어 2000년대에는 4.4%, 2011~2017년에는 3.1%까지 하락했다. 최근에는 겨우 2%에 턱걸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추세로 갈 경우 2030년에는 0%대로 곤두박질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큰 미국이 대표적 사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의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2010~2014년 1.4%에서 2015~2019년 1.8%로 높아졌다. 2020년에는 2.1%까지 껑충 뛰었다. 감세를 통해 기업 투자가 회복세를 보인 데다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경제의 기초 체력도 개선됐다. 결국 잠재성장률 문제는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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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잠재성장률은 노동·자본·생산성이라는 3가지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이 가운데 노동력은 최근의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단기간에 늘리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2006~202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집행하면서 150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합계출산율이 2006년 1.13명에서 지난해 0.81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이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가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서 자본 투입을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결국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생산성을 늘리는 것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 개혁과 노동 개혁이 필수다. 과감한 규제 개혁을 통해 한계기업에 투자됐던 자원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흘러 들어올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특히 노동 개혁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노동계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정책으로 노동생산성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0.6달러로 38개 OECD 회원국 가운데 30위에 그쳤다. 1위인 아일랜드의 40% 수준이고 미국의 57%, 독일의 61%에 불과하다. 제조업의 경우 취업자당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67% 선이다. 사정은 서비스업도 마찬가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한국의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은 OECD 조사 대상 36개국 가운데 28위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경쟁력으로 경제의 빠른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지금 글로벌 경제 환경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를 비롯한 물가가 치솟고 있고 중국의 코로나 봉쇄가 계속되면서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수요 위축 조짐도 보인다. 복합 악재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유령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위기 속에서 경제를 다시 살려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 돌파구는 경제의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하루속히 규제 개혁을 통해 성장 동력을 찾고, 노동 개혁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것이 없는 성장 정책은 모래로 성을 쌓는 것과 다름없다.

오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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