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한 GPS는 사실 미국이 운용하는 전 지구 대상 위성항법 시스템이다. GPS는 미국 국방부가 개발해 당초 미국의 군사적 용도로만 제한됐으나 1983년 대한항공 007편 사고 이후 민간에 개방됐고 2000년에는 민간용 신호의 고의 잡음도 제거돼 활용성이 획기적으로 증가됐다. 지금까지 GPS와 같은 위성항법 시스템이 제공하는 위성항법 정보는 민간의 자율적인 사용을 권장해 왔다. 이로 인해 위성항법을 활용한 산업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고 여러 영역에서 위성항법에 대한 의존도도 커졌다.
생활 밀착적인 위성항법 활용을 꼽자면 단연 내비게이션이다. 내비게이션은 편리성과 정확도가 나날이 발전해 호출택시·배달음식도 내가 있는 곳까지 알아서 척척 찾아온다. 위성항법 시스템이 제공하는 위치·항법·시각 정보 덕이다.
위치·항법·시각 정보는 이미 현대사회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금융·통신·교통·전력에 이르기까지 국가 중요 인프라가 이 정보에 의존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중요성이 더욱 크다. 미래 자율주행차는 ㎝급의 정밀한 위치 정보를 이용해 차선을 구별하고 드론 택배 운용, 도심항공모빌리티도 이 정보 없이 불가능하다. 더욱 정교한 위치·항법·시각 정보는 그 위에서 뛰노는 각종 첨단 서비스 실현을 가능하게 해 신시장을 창출한다.
시장분석가들은 글로벌 위치 기반 서비스 시장이 연평균 20~30%의 큰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위치·항법·시각 정보는 4차산업 시대 국가의 성장 동력을 뒷받침하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핵심 자원이다.
우리는 그동안 위치·항법·시각 정보를 대부분 GPS를 비롯한 해외 위성항법 정보 서비스를 통해 얻어 왔다. 그러나 해외 시스템이 제공하는 위성항법 정보가 미래에도 항구적으로 무료일 것인가. 지금 서비스 수준만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수요와 사용자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서비스가 계속 안정적일 것인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만은 없다. 만일 미래의 어느 순간 갑자기 해외 위성항법 정보 사용에 비용을 내야 하거나 고품질의 위치·시각 정보를 제공받기 어려워 진다면 막대한 경제적 부담과 산업 성장의 정체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주 선진국인 러시아·유럽·중국·인도·일본 등이 앞다퉈 자체 위성항법 체계를 구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다양한 위성항법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올해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orean Positioning System·KPS) 개발에 착수한다. KPS는 전 세계에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고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에 한해 초정밀 위치·항법·시각 정보를 제공한다. 해외 위성항법 시스템과 호환하면서 비상시에는 독자적으로 지금보다 한 차원 높은 위치·항법·시각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KPS가 우리의 지형에 맞는 고품질 위치·항법·시각 정보를 제공한다면 우리의 미래 산업 경쟁력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KPS는 2027년 위성 1호기 발사를 시작으로 2035년까지 총 8기의 위성과 지상·사용자 시스템이 구축된다. 3조 7000억 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과 14년의 긴 시간이 투입되는 만큼 그동안 우리가 확보한 지식과 우주개발 역량을 총 결집해야 한다. 성공적인 KPS 구축이 뉴스페이스 시대 민간 우주산업 활성화를 앞당기고 대한민국이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