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의 '계열사 밀어주기'… 10년간 손해보며 보일러 부품 공급

계열사를 밀어주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까지 싼 값에 보일러 부품을 공급한 경동그룹이 과징금 약 37억 원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동그룹 소속 경동원이 계열사 경동나비엔(009450)에 외장형 순환펌프를 저가 판매한 행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경동원에는 24억 3500만 원, 경동나비엔에는 12억 4500만 원의 과징금이 매겨졌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경동원은 2009년 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외장형 순환펌프를 매출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손실을 보며 경동나비엔에 판매했다. 외장형 순환펌프는 기름 보일러 가동을 위한 필수 부품이다.

이로 인해 경동나비엔은 경쟁이 치열한 외장형 순환펌프 및 기름보일러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외장형 순환펌프 부문에서 매년 3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내던 경동나비엔은 경동원의 지원이 종료된 2019년에 38억 2000만 원, 2020년에 53억 4000만 원의 손실을 봤다.

경쟁 사업자의 사업 기회와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봉쇄되며 관련 시장에서 경동나비엔의 지위는 강화됐다. 경동나비엔의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 점유율은 2009년 8.8%에서 2018년 11.9%로, 기름보일러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47.8%에서 57.4%로 올랐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제재를 결정했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경동그룹의 총수 일가를 지원하기 위한 행위였는지 살펴보긴 했지만 관련된 내용은 파악하지 못했다”며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를 지원하지 않는 부당지원행위 사건도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