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069960)이 20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이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9800억 원의 뭉칫돈을 받았습니다.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금리도 기준으로 제시한 민평금리(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개별 금리) 대비 7bp(1bp=0.01%)나 낮아졌습니다. 연 3.636% 수준입니다.
최근 시장을 찾은 기업들이 대부분 목표했던 수준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갔던 것을 감안하면 대흥행이라는 평가입니다. 지난달 말 시장을 찾았던 GS리테일(AA)은 민평금리에 1bp를 가산해 회사채를 발행했지요. 이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한 번에 0.75%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언급하면서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해졌습니다. 높아진 금리 부담 뿐 아니라 투자자를 구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기업들은 은행 대출로 선회하거나 보유 현금을 활용해 필요한 자금을 상환하고 있습니다.
이날 현대백화점의 회사채 수요예측이 흥행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미뤄둔 채권 발행을 고민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국채와의 금리 차)가 고점을 찍었다는 긍정적 전망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로 현대백화점이 속한 AA+등급의 스프레드는 이달 중순 기준 70bp 안팎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채는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지만 3년 이상인 회사채는 미래 인상분까지 과하게 선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좋았고 최근 발행이 급감하면서 물량이 크게 줄어든 점도 흥행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오는 19일에는 DL(000210)(A+)과 SK에너지(AA)의 회사채 수요예측이 있습니다. 각각 500억, 2500억 원 규모입니다. 신용도가 BBB인 두산에너빌리티(034020)(두산중공업)도 20일 400억 원 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 시장을 찾습니다. 여전히 시장 변동성은 높지만 이날 현대백화점의 흥행으로 이들 역시 순조로운 자금 확보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