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 것으로 평가받던 8인치(200㎜) 반도체 웨이퍼(원판)가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면서 생산 업체인 DB하이텍(000990)이 약세장에서 선방하고 있다. 8인치 웨이퍼로 주로 생산하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이 주력 제품인 LX세미콘(108320)도 호황에 올라타며 강세를 나타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종가 기준 이달 저점(6만 3700원) 대비 15.7% 올랐다. 수급 주체별로는 외국인과 기관이 이달 들어 각각 150억 원, 170억 원씩 사들이며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미국의 긴축 드라이브와 경기 침체 우려로 KRX반도체지수가 이달 들어 1.38% 내린 점을 고려하면 견조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DB하이텍이 주력하는 제품인 8인치 웨이퍼가 세계시장에서 다시 각광받게 된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형 파운드리 업체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12인치(300㎜) 생산에 집중하면서 자동차·가전·PC 등에 쓰이는 8인치 반도체 웨이퍼의 공급난이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으로 8인치 생산에 주력하는 DB하이텍이 혜택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DB하이텍은 올해 1분기 매출 3950억 원, 영업이익 181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2%, 영업이익은 200% 증가했다. 5분기 연속 최고 기록 행진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난해 DB하이텍의 웨이퍼 생산량은 154만 장으로 6% 증가했지만 웨이퍼 평균판매단가(ASP)는 689달러로 26%나 상승했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웨이퍼 출하는 전년 대비 5% 증가한 161만 장으로 추정되나 ASP는 22% 오른 838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달러 강세까지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공급 부족이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8인치 웨이퍼의 가격 초강세가 기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8인치 웨이퍼의 세계적인 공급 부족 현상은 LX세미콘과 같은 주요 고객사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생산할 곳이 부족해 제품 가격까지 오르는 것이다. 8인치 웨이퍼의 주요 생산 제품인 DDI의 경우 지난해 글로벌 시장 규모가 132억 달러로 55%나 성장해 반도체 전체 성장률(25%)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성수기인 하반기에는 아이폰14 신제품 출시 효과와 스포츠 이벤트를 앞둔 TV 수요의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해도 8인치·12인치 파운드리 공급 부족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DDI 가격은 상당히 견조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