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盧 추모보단 선거…與 "의회독주" 野 "檢공화국"

[13주기 맞아 봉하마을 총집결]

'국민통합' 한목소리로 말했지만

협치 실종 책임두고 '네 탓' 공방

文 전대통령 내외 5년 만에 참석

尹 "盧서거 안타깝고 비극적인 일"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등이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을 마치고 참배를 위해 묘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등이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을 마치고 참배를 위해 묘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를 맞아 정치권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집결했다. 여야는 노 전 대통령이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강조한 국민 통합을 한목소리로 말하면서도 협치 실종의 책임을 두고는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올해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됨에 따라 3년 만에 대규모 대면 행사로 개최된 이날 추도식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호중·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를 포함해 1만 5000여 명이 찾았다. 참여정부의 마지막 총리를 지냈던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윤석열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다.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도 함께하며 신구 권력이 한자리에 모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민주당의 6·1 지방선거 출마자들도 ‘노무현 정신’을 받들겠다며 추도식에 모였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변성완 부산시장 후보와 양문석 경남지사 후보가 참석했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전날 밤 봉하마을을 찾아 묘역을 참배하고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강병원·서영교 등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노 전 대통령과 함께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성공한 대통령’이 돼 다시 오겠다고 한 문재인 전 대통령도 5년 만에 추도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 전 대통령은 추도식 시작 4시간 전인 오전 10시쯤 일찌감치 봉하마을에 도착해 반기는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문 전 대통령은 ‘노무현기념관’으로 운영될 ‘깨어 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을 관람한 뒤 방명록에 ‘깨어 있는 시민들이 당신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총괄위원장 등 추도식 주요 참석자들과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오찬을 했지만 특별한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추도식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와 함께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긍정 평가가 이어졌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공식 추도사에서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는 동안 대한민국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 됐고 6위의 군사 강국으로 우뚝 섰다”며 “(참여정부 당시에는) 약소국 의식에 꽉 차 있고 발전도상국·중진국 정도로 자평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국제사회에서도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덕수(앞줄 가운데) 국무총리, 이상민(〃 왼쪽) 행정안전부 장관, 이진복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이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덕수(앞줄 가운데) 국무총리, 이상민(〃 왼쪽) 행정안전부 장관, 이진복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이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전 장관은 추도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내자 “이 박수는 문 전 대통령께 보내달라”며 문 전 대통령에게 공을 돌렸다. 시민들의 환호에 문 전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어 화답했고 시민들은 ‘문재인’을 연호했다.

관련기사



정 전 장관은 “최근 대선 패배 후에 기운이 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면서 “그럴수록 각성해서 민주당을 더 키워나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달라. 우리 정치도 늘 깨어 있는 강물처럼 바다로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호소하며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 또한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사태 속에서 우리는 성숙한 시민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해 모범 국가로 우뚝 섰다”며 “지금 이 자리에 함께하고 계신 문 전 대통령께 다시 한 번 수고 많이 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깨어 있는 시민 여러분, 노 전 대통령께서 그토록 바라던 민주주의의 완성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자”며 “특권과 반칙을 배격하고 원칙과 상식을 기반으로 정의로운 나라, 시민이 자유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덧붙였다.

화합과 통합을 강조한 봉하마을과 달리 후반기 국회 원 구성부터 차질을 겪고 있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여야 간 날 선 기싸움이 펼쳐졌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민주당 총괄위원장의 보궐선거 출마를 언급하며 “노무현의 꿈을 망치는 자들이 노무현의 꿈을 잇겠다고 하니 통탄스럽다”며 “단순히 당적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라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양금희 대변인도 논평에서 “분열과 갈등의 정치, 의회 일방 독주가 아닌 통합과 상생의 정치, 의회 민주주의로 국민 대통합의 강물로 함께 흐르는 것이야말로 우리 국민의 뜻을 받드는 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 출신 인사들이 요직에 포진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검찰 출신 대통령이 나오셨으니 정치적 보복 수사에 앞장섰던 당시 검찰의 잘못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가 이어진다면 훨씬 더 국민 통합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오섭 대변인 또한 “윤석열 정부의 오만과 독주에 맞설 수 있는 지방정부를 세워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민주주의를 구하고 국가 균형 발전을 통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 민주당 후보들에게 투표해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에 대해 “한국 정치의 안타깝고 비극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상훈 기자·박예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