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러시아 채권 상환통로 결국 차단…이르면 7월 9일 '디폴트'

옐런 공언대로 예외조치 만료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 AP연합뉴스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 AP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러시아의 채권 이자 등을 지급받기 위해 예외적으로 열어뒀던 러시아와의 금융거래 창구를 결국 차단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7월 9일 러시아의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미 재무부가 24일(현지 시간)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 중 채권 지급에 한해 인정했던 예외 조치를 25일자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금융 제재를 시행하면서도 러시아 국채 투자자에 대한 이자와 원금 지급을 위한 거래는 이달 25일까지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주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이 같은 예외 조치를 만료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러시아는 채권 지급 통로 차단이 예고되자 이달 27일이 지급 기한인 채권 이자를 20일에 이미 지급해놓은 상태다. 티머시 애시 블루베이애셋매니지먼트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데드라인에 앞서 채권 이자를 지급한 것은 디폴트 시나리오를 연기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벌어둔 시간은 불과 한 달 남짓이다. JP모건에 따르면 러시아는 다음 달 23일과 24일까지 각각 2억 3500만 달러, 1억 5900만 달러의 채권 이자를 갚아야 한다. 이 중 다음 달 23일에 돌아오는 채권의 경우 유예 기간이 15일에 불과하다. 7월 9일까지 채권자들이 이자를 지급받지 못하면 러시아는 공식적인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러시아의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105년 만이다.

다만 후폭풍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 상황에서는 통상 신용 등급이 급락해 해외 자금 조달길이 막히지만 러시아는 서방의 금융 제재로 이미 모든 금융거래가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팀 샘플스 조지아대 테리경영대 법학교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경제 실적에 대한 오점, 평판 손상, 추후 연쇄적인 디폴트 등이 예상된다”며 “분명한 점은 러시아가 디폴트 시나리오를 피하려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이같은 조치를 두고 자국 통화인 루블화로 채무 변제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 의장은 25일 텔레그램에서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자금은 있으며 상환은 루블화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의 조치는) 미국의 의도적 선택이며 그들이 스스로 달러화 결제를 금지했다”고 덧붙였다. 볼로딘 의장은 또 “현재 루블화 가치는 크게 올라갔고 우리에게 좋은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며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루블화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흥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