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세계적 환경 역사학자 요아힘 라트카우의 책 ‘생태의 시대’는 첫 문장을 “먼저 고백부터 하나 하고 시작하자”로 연다. 그는 1970년대 초 시작된 환경운동이 흘러간 과거의 혁명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현재의 당면한 과제에 과감히 도전하는 운동이었기에 처음부터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고 말한다. 환경문제는 지금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기후위기’로 비화하는 지구 온난화와 이에 따른 탄소배출 억제, 탈(脫)원전 기조와 맞물려 벌어지는 재생에너지의 효용성 논쟁 등 치열한 싸움은 끊기지 않는다.
‘생태의 시대’는 라트카우가 역사를 통해 세계 환경운동의 흐름을 조명해 본 책이다. 환경운동의 뿌리를 찾기 위해 자연에 열광하고 숭배하던 18세기 후반 초기 낭만주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럽 전역이 나무가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급등해 곤란해진 상황을 소개하며 “환경 의식은 철학자와 시인이 아니라 현장의 활동가들, 곧 일상의 곤궁함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라고 묻는다.
책의 본격적 전개는 인류가 물질문명을 향유하기 시작한 120년, 그 중에서도 환경운동의 본격적 분기점으로 꼽히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출간될 무렵인 1970년대부터 시작한다. 두 번의 세계대전이 끝난 후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1970년 ‘지구의 날’ 제정과 베트남전 당시 고엽제 살포 논란 등은 환경문제를 세계적 이슈로 끌어올렸다. 저자는 오늘날의 ‘환경’ 개념이 형성된 이 시기를 ‘생태 혁명’이라고 칭한다. 책은 그 이후 벌어진 체르노빌 원전 사고, 그린피스의 미디어 활동,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 환경 회담 당시 등장한 구호인 ‘지속 가능한 발전’을 둘러싼 딜레마, 국가 간 탄소배출권 거래의 등장 같은 다양한 사건을 대하드라마처럼 펼쳐낸다.
저자는 환경 운동이 역사적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띠었지만 운동의 주된 동기는 언제나 일관적이었다고 말한다. 그 동기는 성장에 한계를 둬야 한다는 고민, 에너지와 오염문제, 새로운 위험요소에 대한 두려움, 자연을 향한 갈망, 깨끗한 물과 공기 속 편안한 잠 등이다. 그는 “현대사의 대형 운동 중 환경운동만큼 역사의식을 소홀히 하는 분야가 없다”며 “역사는 현재의 운동에 생기를 불어넣을 자극을 충분히 준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역사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오늘날 인류가 100만년에 걸쳐 형성된 화석 자원을 단 한 해에 소비한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을 것”이라고 일갈한다. 4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