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남태평양서 체면 구긴 中, 10개국 협의체 결성 '불발'

피지서 외교장관 회의 열었지만

미크로네시아 등 일부 체결 반대

지역내 中 영향력 강화 우려한 듯

中 "계속 논의 할 것" 집착 보여

왕이(왼쪽) 중국 국무위원 겸 외무부장이 윌리엄 카토니베레 피지 대통령과 20일(현지시간) 피지 수도 수바의 연방의회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AP연합뉴스왕이(왼쪽) 중국 국무위원 겸 외무부장이 윌리엄 카토니베레 피지 대통령과 20일(현지시간) 피지 수도 수바의 연방의회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AP연합뉴스




태평양 10개 섬나라들과 협의체를 결성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겠다는 중국의 구상이 일단 불발에 그쳤다. 현지 도서국가 중 일부가 중국과의 공동 협정 체결에 우려를 표하면서다. 중국은 10개 도서국들과의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AP통신은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피지 방문 일정에 맞춰 30일(현지 시간) 개최된 중국·태평양 도서국 외무장관 회의에서 참가국들이 ‘포괄적 개발 비전’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포괄적 개발 비전은 태평양 10개국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경제부터 안보까지 폭넓은 교류를 확대한다는 중국의 구상을 담은 계획이다. 중국이 마련한 협정안은 10개 도서국에 대한 수백만 달러의 경제적 지원과 자유무역협정(FTA), 참치 어획과 같은 자원 공동 개발 등 경제협력부터 중국 공안의 현지 파견, 사이버 안보 협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이날 외무장관 회담 후 공동성명 형식으로 비전을 발표하고자 했지만 일부 국가가 협의문 내용에 우려를 표하면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AP통신은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태평양 도서국들이 중국의 계획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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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국이 오커스(AUCUS)와 쿼드(QUAD)에 이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자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왕 부장의 남태평양 순방 일정에 맞춰 이번 협정 체결을 추진했다. 하지만 갈수록 격화하는 미중 대립 속에서 일부 국가들은 남태평양 지역에서 세력을 넓히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경계감을 표명해 왔다. 데이비드 파누엘로 미크로네시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 앞서 다른 태평양 도서국 지도자들에게 “이 협정은 지역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우리 생애 가장 큰 단일 협정”이라며 “잘해야 새로운 냉전 시대를, 최악의 경우 세계대전을 일으키겠다는 위협”이라며 반대 의견을 전했다.

왕 부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후 “일부 영역에 대해 국가 간 합의에 이르렀으며 남은 영역은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평양 협의체 구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왕 부장은 또 “중국은 1960년대 아프리카 국가들의 철도 건설을 도운 것을 시작으로 태평양을 비롯한 전 세계 개발도상국을 오랫동안 지원했다”며 “이번 지원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너무 불안해하지도, 긴장하지도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AP통신은 왕 부장이 이날 10개국과 협정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키리바시와 교량 건설 등 10개 협정에 서명하는 등 개별 국가와의 1 대 1 협의에서는 여러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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