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52·스웨덴)과 은퇴를 앞둔 천재 미셸 위 웨스트(33·미국·한국명 위성미), 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7)이 한 자리에 모인다. 2022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 여자 오픈(총상금 1000만 달러)이 더욱 특별한 이유다.
3일(한국 시간)부터 나흘 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서던 파인스의 파인 니들스 로지 앤드 GC(파71·6638야드)에서 열리는 LPGA 투어 US 여자 오픈. 올해로 77회째를 맞는 US 여자 오픈은 지난해(550만 달러)에 비해 상금이 배 가까이 오른 1000만 달러 규모로 펼쳐진다. 우승 상금은 무려 180만 달러. 올 시즌 상금 랭킹 1위 제니퍼 컵초가 벌어 들인 91만 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액수다.
골프 여제의 복귀로 대회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소렌스탐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8월 US 시니어 여자 오픈 우승으로 US 여자 오픈 출전권을 획득한 그는 2008년 은퇴 후 14년 만에 US 여자 오픈에 나서게 됐다. 소렌스탐은 “US 여자 오픈에 다시 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내게 특별한 추억이 깃든 장소에서 여자 골프 최고의 대회에 참가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인 니들스 로지 앤드 GC는 소렌스탐이 1996년 US 여자 오픈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곳이다.
US 여자 오픈을 통해 돌아오는 이가 있다면 이 대회를 끝으로 떠나는 이도 있다. ‘여자 타이거 우즈’ ‘천재 소녀’로 불렸던 미셸 위가 US 여자 오픈을 끝으로 코스를 떠난다. 그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LPGA 투어 풀 타임 경기에서 한 발 물러날 것”이라며 “지난 14년 동안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며 보낸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고 은퇴를 시사했다. 미셸 위는 2014년 이 대회 우승을 포함해 LPGA 투어 통산 5승의 기록을 남겼다.
이번 대회 최대 관심사는 세계 랭킹 1위 고진영과 2위 넬리 코르다(24·미국)의 우승 경쟁이다. 올 시즌 두 선수가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코르다가 지난 3월 혈전 수술을 받으면서 긴 휴식기를 거쳤기 때문이다.
고진영은 사상 첫 US 여자 오픈을 통해 메이저 대회 우승과 다시 인연을 잇고자 한다. 그는 2019년 4월 ANA 인스피레이션과 7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후 메이저 우승이 없다. 올해 첫 메이저인 셰브론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53위에 머물렀다.
2월 초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 이후 4개월 만에 돌아온 코르다는 고진영의 강력한 라이벌이다. 그는 지난해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4승을 거뒀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딴 뒤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지만 후반기에만 4승을 추가한 고진영에게 다승왕(5승),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을 빼앗겼다. 이번 US 여자 오픈이 복수의 기회다.
한국 선수들의 우승 여부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US 여자 오픈은 태극 낭자들이 전통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인 대회다. 1998년 박세리를 시작으로 한국 선수가 11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고진영과 함께 올 시즌 투어에서 1승씩 쌓은 김효주(27)와 지은희(36)가 시즌 2승을 바라보고 있으며 김세영(29), 최혜진(23), 이정은(26)도 우승 후보로 평가 받는다. 총 22명의 한국 선수들이 출전하는 가운데 박인비(34)는 컨디션 난조로 출전을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