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증권시장 시총 상위 20개 기업들의 평균 임금상승률은 15%로, 상용근로자 평균임금상승률 4.6%의 3.3배에 달했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임금 상승 열풍은 올해에도 계속돼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9% 인상에 노사가 합의했으며, 작년에 무려 59%를 인상해 대기업 임금 인상의 불을 붙였던 카카오는 15%, 지난 해 26%를 인상한 네이버는 10%를 인상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2017~2020년 4년간 평균으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의 월 평균 임금 상승률은 1.5%에 불과했으나 2021년 6.5% 상승했으며, 2022년 1~2월에는 14.2% 상승했다. 반면에 300인 미만 사업체의 임금상승률은 2017~2020년간 평균 3.7%에서 2021년 3.8%, 2022년 1~2월 4.9% 인상됐다. 한마디로 2021년부터 대규모 사업체와 중소 사업체 간의 평균 임금상승률의 역전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이와 같이 IT 대기업을 시발점으로 해 대기업들의 고율 임금인상이 도미노처럼 2년째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는 물론 현재 정부도 방치하고 있다. 더구나 자유와 시장을 중시하는 보수정권의 출범으로 이익을 많이 낸 기업들의 임금상승률이 높은 것은 ‘공정한 보수’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관점도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대로 가도 좋은가? 최소한 다음 세 가지 문제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4월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2008년 4.7%를 이미 넘어선 것은 물론, 수입물가 상승률 35%와 생산자물가 상승률 9.2%의 압력으로 인해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현재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글로벌 공급사슬 애로·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달러 강세 등 거의 공급측 또는 외생적 충격에 있기 때문에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큰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다. 과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이른바 경제주체들에게 임금인상 등을 자제하도록 협력을 설득하는 이른바 ‘소득정책’을 써 왔다. 그러나 아직 현 정부는 그런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때를 놓쳤다.
둘째, 대기업들의 임금상승률을 따라 갈 수 없는 중소기업들은 인재 확보의 어려움은 물론 산업 전체로는 공급생태계가 악화될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산업의 공급능력을 보여주는 국내공급지수는 2016년 대비 2021년 국산은 0.2% 감소한 반면에 수입제품은 33.5% 증가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매출이 세계 2위를 자라하고 있지만 전자제품 공급지수는 2016년 대비 2021년 20% 감소한 반면 수입제품은 무려 72%가 증가했다.
셋째, 2020년대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후 글로벌화로 인해 겪었던 2000년 초반의 양극화보다 훨씬 더 현저한 양극화를 꺾을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조선·자동차·방산·K-pop과 영화 등 산업에서 세계 정상을 경쟁하는 이른바 ‘Korean Wave’의 진행으로 우리나라 인재시장에 대한 글로벌 압력도 증대할 것이며, 이에 따라 고급 인력들의 임금 상승 현상은 갈수록 현저해 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기업들의 고율 임금인상 도미노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그 결과는 기업의 규모와 실적에 따른 임금의 양극화를 넘어서 부(富)의 양극화를 촉진하는 것이며, 그것은 정치적으로 패자 계층을 양산해 포퓰리즘의 확산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 간다면, 다음 202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2022년 대선보다 더 현저한 계층대립과 포플리즘적인 공약들을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기업들의 고율 임금인상 도미노 현상은 경제는 물론 사회안정과 정치적으로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는 심각하고도 중요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