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무역수지도 17억 1000만 달러 적자였다. 수출은 역대 월별 수출 실적 중 2위였지만 수입액이 더 늘어난 탓이다. 이에 무역수지는 두 달 연속 적자의 수렁에 빠졌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하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다. 이 경우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연간 기준으로 무역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올 들어 무역수지 누적 적자는 78억 달러를 넘어섰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1년 전보다 21.3% 증가한 615억 2000만 달러, 수입은 32.0% 늘어난 632억 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그 결과 무역수지는 17억 1000만 달러 적자였다.
4월 25억 1000만 달러에 이어 2개월 연속 적자다. 관세청은 3월 무역수지 잠정치 발표 당시 1억 4000만 달러 적자였지만 확정치는 2억 1000만 달러 흑자로 정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 고공 행진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 수입액은 147억 5000만 달러로 1년 전 80억 달러보다 84.4%(67억 6000만 달러)나 증가했다.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가 1년 전보다 각각 63%, 369% 치솟았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석탄 가격도 281% 급등했다.
알루미늄·니켈 등 비철금속 수입액도 1년 전보다 각각 50.2%, 25.7% 늘었다.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로 밀·옥수수 등 농산물 수입액도 3개월 연속 20억 달러를 넘겼다. 북미 지역의 가뭄,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도 농산물 수입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이에 무역 적자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산업연구원은 올해 무역 적자가 연간 기준 158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하절기에 접어들면 에너지 수입액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통상 5월은 춥지도 덥지도 않아 에너지 수요가 가장 낮은 데도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했다.
이미 무역 적자는 누적 기준으로 78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관세청이 관련 통계를 전산화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만약 올 무역수지가 적자를 내면 2008년 133억 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이다.
수출 성장세가 꺾이지 않는 점은 위안거리다. 지난달 수출액은 5월 기준 기존 최고(지난해 5월, 507억 달러)보다 100억 달러 이상 웃돌았고 전체 월 수출액 기준으로도 3월(638억 달러)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이후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을 15개월 연속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런 수출 성장세도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가격 인상분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특히 무역수지 적자가 연간 기준으로 현실화되면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무역 적자 규모가 크지 않아 서비스와 본원소득수지를 합친 경상수지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원자재 가격이 예상보다 더 뛸 경우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모두 적자인 ‘쌍둥이 적자’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수출 경쟁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무역 적자 지속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규제 개선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업 공급망을 강화, 안정시킬 수 있는 신통상 정책을 추진하고 업종별 특화 지원 등 수출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