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국민을 '虎口'로 만든 5G

윤민혁 IT부 기자


10GB(기가바이트) 이하 또는 110GB 이상. 5세대 이동통신(5G)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지 3주년이 지났음에도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의 현실이다. 가격은 10GB 이하가 월 5만 5000원 내외, 110GB가 월 6만 9000원. 중간이 없다.







5G 사용자들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0~30GB 내외로 알려져 있다. 적정한 요금제가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110GB 이상 요금제를 써야 하는 형편이다. 10GB와 110GB 요금의 격차는 월 1만 4000원. 10GB당 1400원으로 단순 계산해보자. 현재 찾아볼 수 없는 30GB 중간 요금제는 월 5만 7800원이 될 것이다. ‘평균 5G 사용자’들은 월 1만 1200원을 더 내고 있던 셈이다. 5G 최초 상용화 시점인 2019년 4월에 가입했다면 지난 36개월간 손해를 본 금액은 42만 원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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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5G 요금제를 토대로 통신 3사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썼다. 총 영업이익은 4조 원을 넘었고 올해는 4조 5000억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느덧 전체 가입자 50%를 바라보는 5G의 탄탄한 수익성이 이를 뒷받침했다. 통신 3사가 의도적으로 중간 요금제를 내놓지 않아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소비자의 반응은 차갑다. 통신사들은 10년 전 LTE를 출시할 당시에도 ‘요금제 장난’을 쳤다. 요금제뿐만이 아니다. 5G 출시 직후인 2020년에는 LTE 속도가 저하됐다. 유선인터넷에서도 신뢰는 없다. 10기가 속도의 인터넷 상품을 팔아놓고 최저속도조차 보장하지 않아 문제가 됐던 ‘잇섭 사태’가 벌어진 게 지난해다. 기준금리가 수년간 1% 내외에 머물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통신 3사가 받아온 휴대폰 할부수수료는 연 5.9%에 달한다. 지난해 공정위가 담합 조사에 나섰지만 결과는 유야무야다.

통신은 과점 내수산업이다. 국민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하지만 통신 3사의 ‘호구지책(糊口之策)’에 국민이 호구(虎口) 잡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5G 중간요금제’를 말하기 전에는 요지부동인 태도를 언제까지 봐야 할까. 통신사가 받는 냉소는 자업자득이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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