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태기의 인사이트] 연령차별 금지와 고용정책의 전환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고령 근로자 생산성 향상 도우면

소득 늘어나고 복지 지출도 줄어

평생학습에 정책 투자 확대하고

참여율 높일 사회 분위기 조성을





연령 차별 금지는 남녀 차별 금지처럼 익숙한 단어가 아니었다. 하지만 대법원이 모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촉진법의 연령 차별 금지를 위반했다고 판결함으로써 바뀔 것 같다. 모든 임금피크제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정 연령이 넘으면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연령 차별이 아니라고 볼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고용 정책 전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와 함께 정년이 연장되고 이에 따른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이 커지고 있어 더욱 그렇다. 젊은 세대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호봉제를 ‘연령 우대’의 불공정한 제도로 느낀다.



정년 제도도 연령 차별의 소지가 있다. 건강하고 일을 잘 하는데도 나이가 많다고 직장을 떠나야 한다면 당사자들은 달갑지 않다. 연령 차별 때문에 미국과 영국은 정년 제도 자체를 폐지했다. 다른 선진국들도 폐지에 준하는 변화를 고려하고 있다. 대신 연령 차별의 문제를 피하면서 고령자를 노동력으로 적극 활용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적극적 고령화 정책의 핵심은 고령자의 숙련을 개발해 소득 능력을 키우고 복지 지출의 부담도 더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평생 학습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일수록 평생 학습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많고 여가 시간에서 자기 개발하는 데 투입되는 비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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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고령화 정책을 전환할 때가 됐다. 임금피크제는 일본의 정책을 따른 것인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실업률이 낮지만 저생산성·저임금의 늪에 빠졌고 고령층의 빈곤률이 높으며 노동시장 양극화가 커졌다. 우리도 이런 조짐을 보인다. 2016년 정년을 57세에서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강화했는데 결과는 실망스럽다. 60세 정년 연장에 대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을 보면 고령층(55-60세)은 고용이 0.6명 늘었지만 청년층(15-29세)은 0.2명 감소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조기 퇴직도 급증해 평균 퇴직 연령이 50.0세에서 49.3세로 떨어져 고령층 빈곤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적극적 고령화 정책의 목표는 고령화되는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다. 고령화는 생산가능인구의 부족과 연금 고갈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정년 연장이나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보다 고령층의 생산성 제고가 더 효과적이다. 한국은행은 고령층의 은퇴를 5년 늦추면 경제성장률이 0.2~0.4% 상승하고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이면 0.3~0.4% 상승하나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2016년 현재 수준인 2.1%만 유지해도 0.4~0.8%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적극적 고령화 정책으로 전환하려면 노사정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고령자라고 생산성이 낮은 것은 아니다. 연구에 의하면 경험이나 숙련이 필요한 업무에 종사하거나 기술 변화에 대한 이해와 적응력을 키운 고령자는 젊을 때의 생산성이 유지된다. 성인들이 평생 학습에 참여하고 여가 시간을 배우는 데 쓰는 사회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OECD(2021년)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직전을 기준으로 성인의 평생 학습 참여율과 근로자 1인의 1주당 비공식 학습 시간은 한국이 각각 56%와 2.36시간으로 미국의 64%와 6.24시간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일본도 각각 43%와 4.12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도 적다. 임금피크제로 고령층의 빈곤화를 막을 수 없다. 평생 학습을 한국식 적극적 고령화 정책의 핵심이자 국민의 사회적 권리로 확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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