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조좌진 롯데카드 대표가 2020년 5월 18일 서울 중구 콘코디언 빌딩에서 MBK파트너스 관계자 등 내빈을 상대로 사옥 이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롯데카드국내 카드업계 4~5위에 올라 있는 롯데카드의 대주주가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나섰다. BC카드를 보유한 KT(030200)가 적극적 인수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한 우리금융지주(316140)의 행보가 주목된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최근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 인수 후보들에 투자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59.83%로 2019년 5월 롯데측이 해당 지분을 팔면서 남겨놓은 롯데쇼핑 등의 지분 20.17%도 함께 팔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3년 전 롯데카드를 1조 3810억원에 인수했는데 그간 실적이 크게 호전돼 최근 금리 상승 국면에도 매각가는 3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우리은행은 MBK와 컨소시엄을 구축해 롯데카드 지분 20%를 인수하면서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인수금융에도 참여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카드의 실적이 탄탄하게 상승하고 인수 후보 기업도 관심을 보여 MBK측이 매각을 위한 시장 반응을 파악 중" 이라며 “카드업 성장성과 최근 시중 금리 상승은 롯데카드 몸값 평가 등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업계는 BC카드의 대주주인 KT가 롯데카드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파악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 달성과 BC카드의 성장성 등에 롯데카드의 역할이 클 것으로 보고 인수전이 공식 개시되기 전부터 MBK측을 다각도로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BC카드는 신용카드 회원을 기반으로 수익을 올리는 대다수 카드사와 달리 결제망을 제공하고 받는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고 있어 사업 확대와 시너지를 위해 롯데카드 인수가 절실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롯데카드 인수에 우리금융이 여러모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어 지주 최고 경영진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금융가는 주목하는 분위기다. 우리금융은 MBK의 파트너로 롯데카드 인수를 지원하며 지분 20%를 확보한데다 매각시 우선검토권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검토권은 MBK측이 특정 인수 후보와 롯데카드 매각가에 합의하면 우리금융이 해당 가격 이상으로 인수할지 정하게 되는 권리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만 해도 증권사와 벤처캐피탈 인수를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고 했지만 최근 증권업과 벤처투자 업황이 상대적으로 부진해 롯데카드 인수에 자금을 우선 베팅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보유한 고객 데이터, 특히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는 고객당 상세한 소비 내용을 담고 있어 가치가 높다” 며 “당분간 우량 카드사 매물이 나오기 힘든 것도 금융지주사의 관심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처럼 카드 자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하나금융이 3년 전 롯데카드 인수전의 고배를 설욕하려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롯데카드는 지난해까지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신한·삼성·KB국민·현대카드 등에 이은 업계 5위권에 머물렀으나 올 해 1분기 실적이 크게 향상되며 순이익이 전년 대비 81% 증가한 874억 원을 기록하며 현대카드를 제치고 4위에 올라 있다. 우리·하나카드는 점유율이 한자릿 수에 그쳐 6·7위를 달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