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고깃집 깻잎 리필도 눈치보이네"…국산 농산물 가격도 비상

5월 농축수산물 물가 4%대 상승

가뭄·운송비 뛰자 채소 가격도 뛰어

감자 도매가 1년 전보다 20% 껑충

마늘·깻잎·고추·오이값도 전부 올라

中 마늘값은 폭락…수입량 127%↑

수박 한 통 값은 벌써 2만 원 돌파

서울의 한 대형마트 채소 코너./연합뉴스서울의 한 대형마트 채소 코너./연합뉴스




충남 지역에서 상추 농사를 짓는 강모(66)씨는 이달 상추 한 박스(4㎏)를 8000~9000원에 넘기고 있다. 도매 시장에서 팔리는 가격은 한 박스에 평균 1만 5000원. 강씨는 "산지 가격은 크게 변동이 없는데, 인건비와 화물비가 뛰면서 도매 가격이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때 이른 무더위와 가뭄 피해에 국산 농산물 가격이 무섭게 뛰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으로 운송비가 뛴 것도 영향을 미쳤다. 본격 여름 나들이철을 앞두고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에 이어 국산 농산물 가격마저 들썩이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치솟은 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약 14년 만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석유류(34.8%)와 가공식품(7.6%), 농축수산물(4.2%)의 오름폭이 가장 컸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축산물(12.1%)이 견인했다. 글로벌 곡물 가격이 오르자 사료 가격이 급등한 여파다. 농산물 중에서는 포도(27%)와 배추(24%), 감자(32.1%) 등의 물가가 가파르게 뛰었다. 전날 기준 깐마늘(18.6%), 깻잎(22.5%), 고추(32%), 오이(10.6%) 등 가격도 1년 전보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수박 한 개 가격도 1만 7944원에서 2만 1740원으로 21%나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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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 정육 코너./연합뉴스서울의 한 대형마트 정육 코너./연합뉴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뭄 피해로 올 봄 감자 생산량은 전년 대비 10.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도매 시장에서 감자(20㎏) 가격은 전날 기준 3만 3720원으로 1년 전(2만 6840원)대비 20.4% 뛴 상태다.

글로벌 물류망 불안에 감자 수입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국산 감자 가격마저 뛰면서 식품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앞서 버거킹은 지난달 24일 일부 매장에서 감자튀김이 포함된 모든 세트 메뉴의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써브웨이도 지난달 웨지감자와 감자칩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패스트푸드 등 외식 업체에서 튀김용으로 주로 쓰는 북미산 감자 수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당장 다음날 감자튀김을 판매할 수 있을 지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급 상황에 맞춰 감자 메뉴 대신 콘샐러드나 치즈스틱 등을 대신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수박이 진열돼있다./연합뉴스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수박이 진열돼있다./연합뉴스


국산 농산물 가격이 뛰자 수입량도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중국산 마늘 수입량은 3091톤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27% 증가한 규모다. 농촌경제연구원은 '6월 양념채소 관측동향' 보고서에서 "중국산 마늘 산지가격 하락으로 민간 수입 증가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건고추와 건조 및 냉동대파의 지난달 수입량도 1년 전 대비 각각 10.9%, 27.6% 늘었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자영업자들은 서비스로 제공하는 채소의 양을 줄이거나 추가 요금을 받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에서 닭갈비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34)씨는 "지난주부터 500원의 깻잎 추가 요금을 받고 있다"며 "상추가 무르는 여름 무더위가 오기도 전에 농산물 가격이 올라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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