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형마트에서 식품 업체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조미료 코너다. 코로나19로 ‘집밥족’이 증가하자 간단하게 맛을 낼 수 있는 조미료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상품기획자(MD) 사이에서 “돌가루를 갖다 놓아도 잘 팔릴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미료가 ‘(맛의) 조연’ 아닌 ‘주연’으로 거듭난 가운데 참치액이 인기를 끌며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조미료 매출은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그중 가장 신장세가 가파른 건 참치액이다. 참치액은 가쓰오부시 농축액에 다시마와 무 등을 넣고 끓여 감칠맛을 풍부하게 해준다. 국물 요리부터 무침·볶음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주부들 사이에서는 ‘마법 소스’로 불린다. 참치액의 원조는 1985년부터 제품을 생산한 한라식품이다. 지난해 CJ·대상·사조그룹 등 식품 대기업이 잇달아 참치액 시장에 진출했지만 한라식품은 여전히 시장점유율 40%를 지키고 있다. 참치액 인기에 힘입어 2019년 60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110억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참치액은 시장 상인들의 요청으로 개발됐다. 이용상 한라식품 창업주는 과거 제주도에서 가쓰오부시(훈연 참치)를 만들어 팔았는데, 다시 끓여 농축하는 과정을 번거로워했던 상인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라식품이 참치액 제조를 위해 사용하는 참치 규모만 연 600톤에 달한다. 훈연된 참치는 경북 상주공장에서 완도산 다시마, 가을 무와 함께 끓여 농축된 상태로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유통된다.
멸치·까나리액젓이 장악한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는 게 쉽지 않았다. 이에 한라식품 직원들은 제품 출시 초기 강남 고급 아파트 알뜰장으로 매주 출근 도장을 찍으며 직접 영업을 뛰었다. 그 결과 지금은 일반 가정은 물론, 서울 3대 냉면집에서도 정기적으로 참치액을 주문해 사용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2017년부터는 미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 첫해 실적은 40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억 원을 돌파했다. 오너 3세인 이정웅 한라식품 총괄이사는 직접 ‘요리요정이팀장’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참치액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 이사는 “대기업의 참전이 오히려 시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며 “참치액을 국민 소스, 더 나아가 일본의 어간장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K-소스로 육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