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가계·기업 부채 ‘시한폭탄’인데 이자 놀이에 빠진 은행


급증하는 가계·기업 부채가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한국의 가계 신용은 1859조 4234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3%에 달했다. 조사 대상 36개국 가운데 가계 빚이 GDP보다 큰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도 116.8%로 1년 전보다 5.5%포인트나 높아졌다.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로 기업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다. IIF는 “위험 수위에 이른 민간 부채는 금리 인상 시기에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초 0.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만에 1.75%까지 올리면서 가계와 기업 모두 이자를 감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추가로 금리를 올리면 부채 과다 가구와 한계 기업의 도산이 속출할 수 있다. 이런데도 정부와 은행의 대응 자세는 너무 안이하다. 정부는 7일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이복현 전 부장검사를 임명했다. 이 원장은 사법고시와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경제·금융 수사통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간 부채가 뇌관으로 떠오르는 국면에 비전문가인 검찰 출신을 금융 당국 수장에 앉히는 것은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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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이자 놀이에 몰두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4월 기준 은행권의 가계 대출 평균 금리는 연 4.05%로 8년 만에 최고치다. 가계 대출에 고금리를 적용하면서 4대 금융 그룹이 올 1분기에 거둔 이자 수익은 9조 1412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조 원 넘게 늘었다. 최근 가계 대출이 줄어들자 은행들은 기업 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5대 은행의 기업 대출은 올해 32조 원 넘게 증가했다. ‘빚 폭탄’을 끌어안은 가계·기업의 동반 침체를 막으려면 정부는 재정·외환·금융을 포괄하는 정책 조합을 서둘러 찾고 ‘옥석 가리기’를 통한 한계 기업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금융사도 돈놀이에서 벗어나 건전성을 최우선 잣대로 삼아 위기 돌파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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