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미제사건 중 하나인 ‘개구리소년 사건’과 관련해 한 누리꾼이 범행 도구가 '버니어캘리퍼스'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굉장히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 교수는 지난 7일 KBS 방송에 출연해 버니어캘리퍼스가 범행 도구일 가능성에 대해 “두개골에 남은 흉기가 너무 특이해서 이를 찾아내려고 노력했지만 적당한 흉기를 찾아내지 못해 재수사가 진척 없이 중단됐다”며 “제일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 흉기”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저는 사실 좀 감동을 받았다. (개구리소년 피해 아이 두개골을 보면) 여러 조각이 났고 모든 두개골 함몰 부위가 '콕콕' 찍혀 있다"며 “버니어캘리퍼스의 날카로운 끝처럼 보일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kkotukpang'라는 닉네임을 쓴 누리꾼 A씨는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는 개구리소년 사건의 흉기를 알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고, 범행 도구는 길이나 높이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자의 일종인 버니어캘리퍼스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소년들을 살해한 범인이 인근에 버니어캘리퍼스를 들고 다닐 만한 학교에 다니는 비행 청소년, 즉 '문제아'라고 주장했다. A씨는 "소년들이 집에 안 들어가고 산에서 본드를 불고 있던 무리와 마주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섯 명을 잔인하게 죽일 정도로 대담한 살인마가 동네 산에 매복하고 있을 확률보다 동네 중·고등학생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설프게나마 피해자들을 매장했다는 점에서 전원이 환각 상태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범인 중 한 사람이 (피해 아동을) 못 움직이게 잡은 뒤 다른 한 사람이 가격했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 교수는 환각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A씨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봤다. 그는 “애들이 고성을 지를 테니 합리적인 사고가 가능한 사람이라면 범행을 저지르기 어렵다"며 "이 사람(A씨)이 제기한 게 본드였다. 요즘엔 본드를 안 하는데 1991년엔 청소년 비행이 어떤 죄명이 많았냐면 본드였다”고 했다.
범인이 여러 명일 거라는 추측에 이 교수는 "고등학생 무리에 의해 아이들이 이렇게 됐다는 가설은 상당히 설득력 있다"며 "여러 명이 몇 명을 붙잡고, 한 명이 흉기를 휘둘러서 치명상을 입히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버니어캘리퍼스로 아이들 두개골에 남은 흔적들이 재현되는지 해보는 건 지금의 과학수사 기법으로 충분히 실험해볼 수 있다"며 "(연쇄살인사건 범인) 이춘재도 공소시효가 종료됐는데 거들에 나온 DNA로 범인을 검거하다 보니 억울한 윤씨는 무죄를 입증할 수 있지 않았나. 지금 이 조사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라고 강조했다.
조회수 150만회 이상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A씨의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 가운데 한 누리꾼은 "(범행 도구는) 버니어캘리퍼스가 맞다. (범행 전) 잠을 잔 집이 바로 근처였고, 집에 삽이 두 개 있었습니다"라며 "우리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1991년 4월14일 더 깊게 새로 묻었습니다. 조금 더 마을에 가까운 쪽을 파보면 첫 매장 때 벗겨진 슬리퍼가 나올 겁니다. 우리는 같은 중학교 출신"이라고 자기가 범인인 양 적기도 했다.
한편 개구리소년 사건은 1991년 3월 26일 대구 달서구 성서초에 다니던 다섯 어린이가 도롱뇽 알을 주우러 나갔다가 11년 만에 마을 근처 와룡산에서 백골로 발견된 사건이다. 사건 당시 도롱뇽 알이 개구리로 와전되면서 개구리소년 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당시 경북대 법의학팀이 유골 감정을 통해 '예리한 물건 등에 의한 타살'로 결론을 내렸으나 아직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