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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적자 20조 더 쌓이는데…한전, 해외서 돈 빌려 수익성 낮은 신재생 베팅

■금리 3배 올려 수혈한 자금, 투자처 논란

막대한 영업손실 부담감에도 '정부 보증'으로 신용 보강

조달자금 태양광·풍력 확대, 신재생 전력망 확충에 투입


한국전력이 올해 1분기에만 8조 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하면서 자금난에 처하자 해외에서 외화채 발행을 2배 넘게 늘렸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18년 5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하자 이듬해 첫 외화채 발행에 나선 바 있는 한전은 채권 발행 규모마저 사상 최대로 키우며 허약한 재무 상황을 그대로 노출했다. 한전이 이번에 1조 원에 달하는 8억 달러의 외화채를 발행했지만 주요 사용처도 국내외 태양광·풍력발전 확대와 신재생 설비 보강 등 수익성이 낮은 부분이어서 논란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이 해외에서 외화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 누적된 막대한 영업손실 탓이다. 환경 규제 준수 비용이 증가한 가운데 발전 자회사를 통한 발전 비용과 민자 발전사로부터 전력 구매 비용 등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2018년 2080억 원 규모이던 한전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5조 8600억 원에 달했고 올해는 1분기에만 7조 8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올해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해 적자 폭이 3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전은 텅 빈 곳간을 채우기 위해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 규모를 늘려왔다. 2018년 약 7조 원 규모이던 한전채는 지난해 10조 4300억 원, 올해 5월 말 기준 약 12조 5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공기업인 한전이 막대한 채권 물량을 쏟아내자 시장이 짓눌리며 금리가 왜곡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가파른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투자 수요는 줄었는데 한전채 발행이 늘면서 공급은 예년 대비 급증한 탓이다. 수요 확보가 어려워지자 한전채조차 올 4월 2000억 원 모집에 700억 원어치가 미매각되기도 했다. 조달 금리도 빠르게 올랐다. 지난해 2분기 한전이 발행한 3년물 채권의 발행금리는 연 1.6%, 5년물은 1.9% 수준이었지만 이달 7일 기준 3년물은 3.9%, 5년물은 4.0%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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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때문에 채권시장이 흔들린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한전은 해외로 눈길을 돌렸다. 다행히 지난해 하락세를 보이던 미국 국고채 금리가 이달 들어 다시 상승하면서 한국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KP물)에 대한 금리 매력이 높아졌다. 한국 정부가 신용을 보증하는 채권인 만큼 사실상 국채와 한전채가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는 점도 해외 투자가 입장에서는 긍정적이었다.

한전은 역대 최대 규모인 8억 달러의 외화채를 조달하면서도 발행금리를 3년물 3.625%, 5년물 4.000% 수준으로 확정했다. 지난달 3년물 자금 3억 달러를 조달한 한국도로공사·한국동서발전과 같은 수준으로, 이달 7일 국내에서 발행한 금리인 3.870%(2200억 원) 대비 낮았다. 5년물 자금 역시 국내에서 조달한 800억 원(4.030%) 대비 낮은 금리로 조달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금리보다 투자 수요 확보 여부가 중요해진 시장”이라면서도 “한전이 최초 제시 금리를 보수적으로 제공하고 정부 보증을 받아 신용을 보강해 국내외 투자자가 많이 몰렸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해 9월 한전이 외화채로 3억 달러를 발행하며 확정한 금리(1.125%)에 비하면 1년여 만에 금리 부담은 3배 넘게 증가했다.

한전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신재생발전 확대와 관련 전력망 설비 확충, 전기차 충전 설비 구축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의 대부분이 신재생 연계 설비 확충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묻지 마 태양광 보급’ 정책으로 전력 계통망에 연결되지 않은 ‘나 홀로 태양광’이 여전히 많아서다. 실제 발전 설비 완공 후 송배전망에 연결된 신재생 계통 접속 완료율은 2020년 기준 61%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발전원 부족 문제로 전력 수급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신재생 설비의 전력 계통망 연결에 예산을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날씨나 기후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하는 신재생의 ‘발전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력 계통망 안정화 사업에도 자금이 필요하다. 에너지 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해외에서 고금리로 확보한 자금을 미래 성장이나 수익 확보보다는 이전 정부가 남겨놓은 문제점들을 처리하는 데 투입할 수밖에 없어 한전의 전기요금 정상화가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민경 기자·세종=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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