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지난 2020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기준으로 사상 처음 이탈리아를 제친 지 불과 1년 만에 재역전될 위기에 놓였다. 이탈리아가 우리나라보다 경제 회복세가 더 강할 뿐 아니라 유로화가 원화보다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전년 대비 10.5% 증가한 3만 5373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1인당 GNI는 2017년(3만 1734달러) 처음 3만 달러대를 돌파해 2018년 3만 3564달러까지 늘었다. 2019년(3만 2204달러)과 2020년(3만 1881달러) 2년 연속 감소했으나 지난해 3년 만에 증가 전환하면서 사상 처음 3만 5000달러를 돌파했다.
한은은 1인당 GNI가 전년 대비 큰 폭 상승한 배경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를 지목했다. 명목 GDP는 2072조 원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명목 GDP를 명목 GNI로 전환한 뒤 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원화 강세 영향도 반영됐다. 원화 기준 4048만 2000원으로 전년보다 7.2% 증가했으나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3% 하락(원화 강세)하면서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더 크게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 성장이 미친 영향이 가장 크고 원화가 절상되면서 달러 표시 1인당 GNI도 증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인당 GNI는 국민의 생활 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3050클럽(인구 5000만 명, 1인당 GNI 3만 달러 이상 국가)’에 진입하면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3050클럽에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한국 등 7개국뿐이다.
특히 2020년에는 이탈리아를 앞질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 중 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국가별 1인당 GNI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은 3만 2860달러로 전년 대비 2.8%(930달러) 줄었다. 반면 이탈리아는 3만 2200달러로 6.7%(2330달러)로 크게 감소하면서 순위가 역전됐다. 관광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가진 이탈리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으나 제조업 기반인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요 7개국(G7)을 앞질렀다고 축포를 쏜 지 불과 1년 만에 다시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이탈리아가 발표한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 397유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 확인된 지난해 연평균 달러·유로 환율(1.18228달러)을 단순 적용하면 3만 5937달러다. 우리나라(3만 5373달러)보다 564달러 더 많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가 4.1% 성장하는 동안 이탈리아는 6.2% 성장했기 때문이다. 유로·달러 환율 하락 폭이 원·달러 환율 하락 폭보다 더 큰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의 1인당 GDP 기준으로 봐도 이탈리아는 지난해 3만 5525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3만 4619달러로 이탈리아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만 한은은 이탈리아가 유로화를 기준으로 발표한 만큼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세계은행이나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순위를 집계해 발표하지만 기관마다 적용하는 환율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달러화로 전환했을 때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또 1인당 지표를 구하기 위해 적용하는 인구를 어떻게 집계하느냐도 기관마다 다르다. 정확한 순위는 곧 공개될 세계은행 공식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