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지 전극 공정 장비 기업인 씨아이에스(222080)가 경영권 매각에 나선 가운데 대기업들이 앞다퉈 인수에 관심을 보여 초반부터 각축전 양상을 띠고 있다. 전기차 업계의 성장이 본격화하자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요도 폭증해 코스닥 상장사인 씨아이에스의 몸값도 뛰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적극적인 LG와 한화, LS(006260)에 코오롱과 만도 등도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씨아이에스의 매각 주간사인 KB증권은 이달 30일 예비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잠재적 원매자를 대상으로 추가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다. 매각 대상은 최대 주주인 SBI인베스트먼트와 ST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PE) 보유 지분, 기존 대주주였던 김수하 대표 주식 일부를 포함한 지분 총 26%다. 매각은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매각가는 3000억 원 안팎이 거론되고 있다. 씨아이에스의 시가총액은 8700억원 가량이다.
씨아이에스는 2차 전지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따라 회사의 추가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진 확보를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씨아이에스는 수천억원 규모의 국내·외 수주를 소화하려 연내 공장 및 설비 증설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영 전문성을 높여나갈 사업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을 제외하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초과 수요’ 상태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2차 전지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장비의 신규 수요도 연평균 34조 원 이상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 중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SK온, 삼성SDI(006400) 등 국내 주요 기업들 역시 증설 계획을 잇따라 확대해가고 있다. 이에따라 2차 전지 생산의 핵심인 전극 공정을 담당하는 씨아이에스가 특수를 누리며 지난해 말 기준 3257억 원의 수주 잔고를 쌓아 놓고 있다.
전극 공정 장비의 신규 수요는 2028년까지 세계적으로 70조 원에 달하는 데 씨아이에스는 삼성SDI와 LG엔솔 뿐 아니라 다수의 글로벌 고객도 확보해 놓고 있다. 노스볼트(Northvolt)를 포함해 미국과 유럽에서 고객사를 늘리고 있어 작년 말 수주잔고 중 70% 이상이 해외 물량이다. 이달 초에는 노스볼트(630억)에 이어 LG엔솔과 GM간 합작사인 얼티움셀즈(Ultium cells)와 165억원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 장비 시장에서 씨아이에스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한화솔루션과 LS, 코오롱, 만도, KG 등 다수 대기업이 인수전 참여를 위한 투자 설명서를 수령해갔다.
이들 기업은 씨아이에스의 자회사인 씨아이솔리드의 미래 기업가치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4월 설립된 씨아이솔리드는 전고체 전지 관련 전해질 소재와 관련 장비를 생산 중이다. 최근 포스코기술투자가 50억 원을 투자하면서 기업가치를 350억 원 정도로 평가했다.
매각 작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인수 후보자들은 씨아이에스의 가격 경쟁력에도 주목하고 있다”며 “생산 장비를 모두 국산화해 자체 밸류체인을 바탕으로 올 해 신규 수주가 6000억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