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스마트기기에 수천억 썼는데…교실선 '먹통'

시·도교육청, 수업혁신 내걸고 수백억씩 들여 노트북 등 보급

정작 무선망 접속 장애로 기기활용 어려워 수업 차질 불만

"무작정 보급하기에 앞서 인프라 등 세밀하게 점검 했어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이 지난 4월 열린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맞춤형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 '디벗'(디지털+벗) 발표 간담회에서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이 지난 4월 열린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맞춤형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 '디벗'(디지털+벗) 발표 간담회에서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시·도교육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업 혁신과 디지털 교육 강화를 위해 학생들에게 노트북·태블릿PC를 보급하는 ‘1인 1스마트기기’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학교에서는 무선인터넷 접속 장애로 기기를 활용한 수업이 어렵다는 불만이 빗발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 혁신을 이유로 수천억 원을 들여 기기를 지급했지만 정작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셈이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전국 시·도교육청이 ‘수업 혁신’과 ‘미래 교육’ 등의 구호를 내걸고 노트북·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 보급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600억 원을 투입해 중학교 신입생들에게 태블릿 PC를 지급했으며 인천시교육청도 300억 원을 들여 중학교 1학년에게 노트북을 지급했다. 경남도교육청은 1578억 원을 투자해 초·중·고교생 전원에게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고 있다. 이 밖에도 6·1 교육감 선거 당선인들을 포함해 다수 교육청들이 ‘1인 1스마트 기기’ 사업을 추진하거나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기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실천교육교사모임 등에 따르면 서울·인천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학교에서 접속 장애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국어 교사는 “노트북을 활용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려다 진땀을 뺐다”며 “당장 수업 진행을 위해선 교육청에 기술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무의미해 스마트폰 핫스팟(스마트폰을 휴대용 공유기로 만드는 기능)을 켜 연결하게 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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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학교의 무선 인터넷 망이 학생들의 동시 접속을 견디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학교 인터넷망은 일반 인터넷망과 달리 해킹·디도스(Ddos) 등을 막기 위해 별도의 보안 시스템이 적용돼 있는 데다 관할 교육청을 경유하도록 돼 있어 과부하가 일어나기 쉽다는 지적이다.

기기가 본인 교실이 아닌 다른 교실의 무선 AP에 자동 접속돼 특정 교실에 접속이 몰리는 문제도 있다. 학교 내 무선AP 설치 사업을 진행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따르면 현재 교내 무선AP는 네트워크 식별자(SSID)가 교실별로 구분돼 있지 않아 학생들은 특정 와이파이를 골라 사용할 수가 없다. NIA 관계자는 “교실 끝에 앉은 학생들의 기기가 옆 교실의 무선AP에 접속돼 해당 교실에 접속이 몰리는 사례가 있다"며 “SSID를 구분할 경우 이동 수업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너무 다양한 기기가 보급된 탓에 일부 기기와 무선 AP 간 호환이 되지 않는 일도 있다. 실제 구글 크롬 OS를 쓰는 크롬북의 경우 특정 제조사의 무선 AP에 15대 이상 연결이 불가능해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부랴부랴 문제를 해결했다.

각 시·도교육청과 NIA는 문제 발생 시 즉각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기기 보급 전 학내 무선망을 점검한 결과 큰 문제가 없었고 현재도 수시 점검·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정밀하게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무작정 기기를 보급하기에 앞서 학교 교육 환경을 보다 세밀하게 점검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곤 교총 정책본부장은 “교육청별로 최소 수백억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더욱 정밀하게 인프라를 점검하고 진행했어야 한다"며 “지원 체계를 갖췄다고 뒷짐만 지고 있을 게 아니라 현장과 소통하며 적극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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