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신설 추진을 검토하면서 경찰의 독립·중립성에 금이 갈 수 있다는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다. ‘5공화국 때로 회귀한다’거나 ‘지휘부가 뭐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다. 게다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치안정감 내정자 6명을 만나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사전 면접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 길들이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13일 서울경제의 취재 결과 경찰 내부망인 ‘현장활력소’는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움직임을 성토하는 글들로 도배 되고 있다. 행안부가 정책자문위원회 분과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한다고 밝힌 핵심 제도 개선 내용 가운데 경찰국 신설이 포함됐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경찰 A 씨는 “경찰국 신설은 5공·6공 때의 치안본부로 회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정부는 경찰국 신설을 철회하고 경찰이 범죄 수사와 치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인사·예산에 대한 독립성 유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B 씨는 “완전한 수사 종결권도 없는데 경찰을 이토록 감시·통제·견제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안대로 진행될 경우 경찰청장은 허수아비가 되고 행안부 내 2급 공무원인 경찰국장의 지시에 따라 모든 업무가 시행될 것”이라며 “감찰까지 받는 치안본부 시절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판은 현 정부의 이른바 ‘경찰 길들이기’ 시도에도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지휘부로 집중했다. 경찰 C 씨는 “지휘부들이여 돈은 없지만 명예는 잃지 말자”며 각을 세웠다. 특히 “행안부 장관이 최근 치안정감 승진 대상자를 만났는데 누가 보더라도 경찰 지휘부를 길들이는 것으로밖에 볼 수가 없다”며 “행안부 장관이 더는 경찰 조직을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찰 D 씨도 “인사와 예산·감찰권까지 다 뺏기고 때마다 행안부에 구걸하는 수장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지휘부는 지금이라도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내야 하고 그러지 못할 바에는 더러운 수장 자리를 걷어차 버려야 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들 가운데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웠던 경찰 공안직화 등 복지 공약은 후퇴하고 경찰만 통제하려 한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찰 E 씨는 “경찰을 공안직으로 해주겠다고 했지 언제 경찰국을 만들겠다고 했느냐”며 10만 경찰표를 위한 공약은 하나도 지키지 않으면서 통제만 빠르게 강화하려 한다”고 성토했다. 한 경찰관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국회에 출석해 답하면서 유명해진 발언을 인용해 현 정부를 우회 비판했다. 해당 경찰은 “경찰은 도살장으로 끌려가고 있는 소 같은 현실이지만 누구도 말 한마디 못 하는 나약하고 힘이 없는 조직”이라며 “우리 지휘부는 국민들의 희생과 피눈물이 아깝지도 두렵지도 않은가”라고 성토했다. 또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듯 경찰청장 역시 행안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인 경찰청장에 대한 장관급 격상을 부정하지 말고 이행하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