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연봉만큼 마통 뚫었는데…물타기도 안돼" 동학개미 곡소리





"연봉 만큼 마이너스통장 빚을 내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매수했습니다. 살 때마다 이젠 바닥이겠거니 여겼는데, 이젠 '물타기' 할 여력도 없는 지경입니다."(30대 개인 투자자 이모씨)

증시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급락을 거듭하면서 동학개미들의 매도세가 강해지고 있다.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저가에 주식을 매수하는 전략으로 증시를 떠받쳐왔지만, 반등은 커녕 계속 내리막길을 걷자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무리하게 빚까지 내며 투자에 나섰던 '영끌족'들은 반대매매 위기에까지 몰리고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 투자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5월 말 기준 57조5000억원으로 작년 12월 말 67조5000억원보다 10조원가량 감소했다. 직전 달인 4월(61조4000억원)과 비교해도 4조원가량 빠졌다. 2020년 10월 말 55조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이다. 예탁금이 급감했다는 것은 그만큼 주식 투자 열기가 식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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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까지 월간 순매수를 이어가던 개미는 5월 순매도로 돌아서는 등 거래대금도 감소 추세다. 지난 5월 한 달간 개인은 코스피에서 1조33억원가량 주식을 순매도했는데, 연초 이후 월 단위로 순매도세를 기록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적인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CMA(종합자산관리계좌)마저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CMA 잔고는 이달 초 60조원대에서 지난 10일 55조 5000억 원으로 줄었다. 통상 CMA 잔고는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돼 하락장에서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지만, 정반대의 흐름이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긴축 강화 등으로 하락장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증권시장을 떠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의 자금이 금리인상으로 수익률이 개선된 예적금으로 향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증시가 안 좋을 때 다른 투자 대체품이 없어 CMA 잔고가 들었지만, 금리 인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대체 방안이 많아지면서 증시를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증시의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주식시장 뇌관으로 꼽히는 반대매매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하루 평균 119억원 수준이었던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금액은 지난 10일 174억까지 늘었다. 반대매매 매물들은 개인 비주이 높고 '투기' 성격이 짙은 코스닥 종목들에서 쏟아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주가가 싸다는 인식에 2600선에서 신용융자가 많이 들어왔다”면서 “물가나 통화정책 완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신용 투자자들의 반대매매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희·심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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