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파국 막았지만…안전운임제 연장 기간·품목 확대 '불씨' 여전

■국토부-화물연대 '반쪽 봉합'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합의 놓고

화물연대 "일몰 폐지" 정부 "어렵다"

품목 확대는 협상대상·기준 불분명

화주측 요구 반영안된 점도 한계

대한상의 "전면적 재검토 필요"

특고 노동권 등 근본적 해결도 과제

화물연대가 정부와의 협상 타결 후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한 15일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분주하게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화물연대가 정부와의 협상 타결 후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한 15일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분주하게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나선 지 7일 만에 가까스로 국토교통부와 합의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를 남겨두면서 ‘반쪽 합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 사항이었던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관련해 양측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면서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화물연대는 일관되게 일몰제 폐지를 주장했고, 우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속 추진’이라는 말로 각자 보도 자료를 내기로 했다”며 “국회 입법 사안이니까 앞으로 일몰 연장을 포함한 여러 가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와 국토부의 전날 합의가 서로 각기 다른 문구를 바탕으로 한 ‘어정쩡한 봉합’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양측의 보도 자료 문구는 세세하게 다른 점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핵심 쟁점인 안전운임제 일몰과 관련해 완전히 엇갈린다. 화물연대는 ‘국토부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한다’고 발표한 반면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연장 등을 지속 추진한다’고 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국토부는 일몰 연장을 염두에 둔 문구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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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 일몰 폐지가 아닌 연장으로 간다고 해도 기간을 얼마나 연장할지, 어떤 품목으로 확대할지 등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더구나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안전운임제가 컨테이너와 시멘트에만 적용되는 것은 두 품목이 규격화돼 있고 운임을 결정할 수 있는 화주(수출기업)들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 안전운임 협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다른 품목으로까지 확대할 경우 어떤 기준으로 누구와 협상할지 불분명해질 수 있다.

화주 측 의견이 합의문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도 추후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기존 합의 사항인 올해 말 안전운임제 일몰도 지켜지지 않고 그동안 제기해왔던 운영상의 문제점들에 대한 경제계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아 유감을 표한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화주에 일방적인 부담이 되는 안전운임제 지속 여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 또한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을 합의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면서 “시장의 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안전운임제의 지속 추진은 기업들의 국내 생산을 축소시키고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권에 대한 과제도 남겼다. 화물연대는 특고인 화물기사가 모인 일종의 권익 단체로 법정 노조가 아니다. 화주와 교섭할 수 없는 만큼 총파업으로 화주를 압박했다. 정부도 화물연대 파업 딜레마에 갇힌 형국이었다. 정부는 이번 총파업을 노동자의 정당한 노동권인 파업이 아니라 집단 운송 거부로 규정했다. 하지만 총파업에 따른 산업계의 피해가 커지자 결국 정부는 화물연대와 교섭하고 합의를 이끌어냈다. 노동계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인정하는 모든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일 계획이다. 특고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 화물연대 총파업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뇌관으로 남게 된 셈이다.


세종=박효정 기자·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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