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오바마 때 뿌린 우주개발 씨앗…스페이스X 혁신으로 돌아왔다

[서울포럼 2022-우주에서 길을 찾다]

■ 세션2 : 우수한 인재양성과 정부의 정책 지원

나사, 학생 아이디어 공모 등 우주개발에 민간참여 유도

비즈니스모델부터 혁신한 머스크, 발사비용 90% 줄여

우주 프로그램은 장기전…누리호 발사지연 큰 문제 아냐

16일 서울 광장동 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2’ 둘째 날 세션2에서 송경민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16일 서울 광장동 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2’ 둘째 날 세션2에서 송경민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




“항공기처럼 완전 재사용 가능한 로켓엔진 기술은 우주산업을 혁신할 것입니다.”



2013년 민간 우주선 업체 스페이스X를 이끌던 일론 머스크는 이렇게 말하며 우주산업의 ‘비즈니스모델(BM)’부터 손을 댔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보고 항공기 엔진처럼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2015년 12월 처음 로켓 회수에 성공한 스페이스X는 155번 발사하면 153번을 되찾는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결과는 비용 감소로 나타났다. 198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우주왕복선을 발사하는 데 8만 5000달러를 썼는데 2022년 스페이스X가 거대 로켓 ‘팰컨헤비’를 쏘아 올릴 때는 1500달러만이 소요됐다. 이마저도 2025년까지 20달러 이내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송경민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KT SAT 대표이사)은 16일 서울 광장동 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2’의 세션에 참석해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의 조건 중 하나로 스페이스X와 같은 혁신을 강조했다. 송 협회장은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려면 막대한 자본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우주공간을 활용하겠다는 명확한 비전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뒤 “무엇보다 경제학적으로 가치를 만들 수 있는 혁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롤모델인 스페이스X는 비용 혁신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검증된 고가 장비와 부품 대신 직접 개발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전통적인 로켓 발사 공급망에서 탈피해 자체 조달로 간접비도 크게 줄였다.



실제로 민간 로켓 ‘팰컨9’을 구성하는 부품의 90%는 스페이스X가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는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로 대변되는 위성까지 본인들이 직접 개발하려고 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이라며 “아주 소소한 비용까지도 줄이려고 노력하다 보니 발사대도 정부가 생각하는 예산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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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민간 우주개발 시대 개막에는 미국 정부와 나사도 한몫을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나사는 달 착륙을 과거 프로젝트라고 보고 달보다 먼 우주개발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러면서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학생이나 일반인까지 누구든 우주개발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했다. 송 협회장은 “나사는 상금 등 인센티브를 걸고 일반인이나 민간기업으로부터 작더라도 많은 아이디어를 발굴했다”며 “달에 기지를 만들고 살게 되면 무엇이 필요할지, 달에 있는 먼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의 궁금증을 나사가 직접 검증하는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다행인 점은 우주개발 혁신에 적극적인 국내 기업도 있다는 것이다. 소형 발사체를 만드는 이노스페이스는 액체와 고체를 섞은 하이브리드 로켓을 개발 중이다. 폭발할 위험성이 없으면서도 경제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역시 항공기 제작 기술력을 위성이나 로켓을 만드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쎄트렉아이나 컨텍·KT SAT 등도 각자 영역에서 우주개발 사업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16일 서울 광장동 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2’ 둘째 날 세션2에서 서은숙 메릴랜드대 물리학부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 2022.06.1616일 서울 광장동 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2’ 둘째 날 세션2에서 서은숙 메릴랜드대 물리학부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 2022.06.16


천체물리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은숙 메릴랜드대 물리학부 교수도 우주개발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1997년 한국계 과학자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신진 우수 연구자상’을 받으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서 교수는 나사와 공동 진행하는 ‘우주정거장(ISS)-CREAM’ 프로젝트를 총괄하면서 우주에서 오는 ‘암흑 물질’의 근원을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서 교수는 “나사는 대학이나 산업계 등 다양한 기관과 함께 세계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다”며 “나사가 운영하는 우주정거장도 대학 등 여러 기관에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우주정거장을 물리학에 이용하겠다는 꿈을 갖고 도전했다”고 덧붙였다.

장기 과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서 교수는 “나사는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성공 이후 달 착륙 기지와 인간 정착지를 만들겠다는 50년 장기 계획을 마련해놓았다”며 “달 기지는 만들지 못했지만 우주정거장을 세우는 데는 성공해 20년 동안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사가 지연된 누리호에 대해 그는 “우주 프로그램에서 (누리호 발사 지연은) 특별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며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하기를 바라며 한국이 우주개발 사업에서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조지원 기자·박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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