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경기도의 한 대형 마트. 주말을 맞아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은 쇼핑 카트를 밀며 몇 발자국 걷다 멈춰 서기를 반복했다. 이들이 잠시 걸음을 멈춘 곳에는 고기부터 냉동식품, 냉면, 과자, 커피, 주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의 시식 코너가 열리고 있었다. 일부 품목은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렸다가 2~3개의 종이컵을 집어 들어 내용물을 입에 털어 넣었고, 새 종이컵은 그렇게 단 몇 초 만에 쓰레기가 됐다. 주부 변모씨는 “마트에서 시식하는 것이 쇼핑의 즐거움 중 하나이긴 한데, 일회용품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며 “시식 카트 운영 횟수나 방식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마트는 지난 4월 25일부터 코로나 19로 중단됐던 마트 내 시식을 재개했다. 식품 회사들도 그동안 미뤄온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면서 시식은 한동안 발길 끊겼던 고객을 다시 불러들이고, 새 상품을 알리는 수단으로 다시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주요 마트는 시식 재개 이후 매출이 이전 대비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식을 진행한 카테고리가 품목 별로 30~70%의 신장률을 기록해 시식이 매출로 연결됐다는 분석을 내놓은 곳도 있었다.
문제는 모처럼의 매장 내 활기와 매출 신장과는 별개로 일회용 종이컵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창고형 매장의 경우 같은 시간대에 많게는 20개 가까운 시식 매대가 동시에 운영된다. 특히 손톱만 한 과일 조각이나 100원짜리 동전 크기의 과자 한 개까지도 종이컵에 담아 제공되다 보니 쓰레기는 순식간에 불어날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처럼 개인이 이쑤시개나 손으로 시식 음식을 집어가는 방식은 위험해 종이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현재 마트 내 시식용 종이컵 사용을 관리할 방법은 없다. 코로나 19로 한시 중단됐던 ‘자원의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4월부터 다시 시행됨에 따라 식당과 카페, 제과점 등 식품접객업 매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규제된다. 종이컵은 11월 24일부터는 사용이 금지되고, 이를 어길 시엔 과태료 등을 부과받는다. 그러나 대형 마트는 이 법의 대상인 식품접객업·집단급식업이 아닌 기타식품판매업(마트 내 푸드 코트나 별도 카페 등 제외)으로 등록돼 있기에 시식 코너의 일회용품 사용에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