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29)의 재기 조짐에 이어 이번에는 전인지(28)가 불꽃을 일으켰다. 메이저 대회 첫날 버디 9개를 퍼부으며 3년 8개월 만의 우승 희망을 부풀렸다. 전인지는 국내 투어 시절부터 박성현과 함께 여자 골프 선수 중 가장 강력한 팬덤을 자랑했다.
전인지는 24일(한국 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C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PMG 여자 PGA챔피언십(총상금 900만 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1개로 8언더파 64타를 쳤다.
전인지는 혼자 다른 코스에서 치는 것처럼 타수를 줄여나갔다. 언더파 스코어를 적은 선수가 14명뿐인 이날 단독 선두 전인지는 3언더파 공동 2위 최혜진과 폰아농 펫람(태국)을 5타 차로 앞섰다. 5타 차 선두는 여자 골프 메이저 대회 사상 한 라운드 최대 타수 차 타이 기록이다. 전인지가 남녀 메이저를 통틀어 72홀 최소타 기록(21언더파 263타)으로 우승했던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을 떠오르게 한다.
세계 1위 고진영과 나란히 이븐파 공동 15위에 자리한 박인비는 “6809야드인 코스 길이가 7200야드로 느껴졌다. 짐승을 상대하는 느낌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밤새 내린 비 때문에 지면에 떨어진 볼이 좀처럼 구르지 않아 대부분의 선수들이 힘겨워했다.
3월 공동 2위에 한 번 오른 뒤로 톱 10 진입이 없는 전인지는 2018년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제패 이후 3년 8개월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그는 2015년 US 여자오픈, 이듬해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통산 3승 중 두 번이 메이저 우승이다.
네 홀 연속 버디에 이어 세 홀 연속 버디로 몰아치기를 선보인 전인지는 퍼트 수를 단 25개로 막았다. 지난주 코스 점검 뒤 7번 우드를 골프백에 꽂았는데 이날 7번 우드로 친 샷은 매번 핀 3m 안쪽에 붙었다. 전인지는 “입술에 난 뾰루지가 점점 커져 처음의 다섯 배가 됐다는 얘기나 대회장 인근에 한인 마트가 있어서 좋아하는 골드 키위를 구할 수 있었다는 얘기를 캐디와 나누며 즐겁게 경기 했다”고 말했다.
김아림·김인경·김세영은 세계 2위 넬리 코르다(미국)와 같은 1언더파 공동 6위다. 13일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공동 15위에 올랐던 박성현은 3오버파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