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선 '공범' 러선 '반역자'…찬밥신세 된 '클래식계 비욘세'

안나 네트렙코, 우크라 침공 이후 푸틴 지지

美서 퇴출·유럽도 비난

푸틴과 거리 두자…러선 "조국 버렸다" 비판

지난 2008년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인민예술가상(PAR)을 받은 안나 네트렙코(오른쪽). AP연합뉴스지난 2008년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인민예술가상(PAR)을 받은 안나 네트렙코(오른쪽). AP연합뉴스




'클래식계의 비욘세'로 불리는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조국 러시아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양쪽에서 찬밥 신세가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오페라에서 퇴출당한 네트렙코가 최근 미국 무대 복귀를 노렸지만, 반응이 좋지 않다고 보도했다.

넵트렙코를 퇴출한 메트는 복귀 조건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종식과 네트렙코의 진심 어린 반성을 요구했다.

피터 겔브 메트 총감독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자선공연'을 반성의 예시로 들기도 했다. 네트렙코가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조건으로 사실상 거절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트렙코는 뉴욕의 카네기홀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뉴욕 필하모닉에 미국 복귀 무대를 제안했지만 대부분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욕 필하모닉 측은 "지금까지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네트렙코와 굳이 지금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미국 클래식계가 최고의 스타로 추앙받던 네트렙코와의 관계를 거부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그가 보인 태도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덴마크 공연이 취소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라는 여론이 일자 네트렙코는 자신의 SNS에 전쟁 반대 메시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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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는 “예술가를 비롯한 공적 인물에게 공개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말하거나 조국을 비난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자유로운 선택이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눈먼 침략자들만큼 사악하다”라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네트렙코는 이달 발간된 독일 디자이트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아직 러시아의 대통령이고, 난 아직 러시아 국민"이라며 "러시아 국민은 누구도 푸틴을 비판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푸틴을 계속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메트는 네트렙코와 관계를 끊었고 이탈리아와 독일, 스위스 등에서도 공연이 잇따라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낀 네트렙코는 위기에 처한 유명인들을 위한 홍보회사를 고용하고, 자신을 퇴출한 메트에 대해서 노동계약과 관련한 민원을 내는 등 공연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계의 대표적인 친(親) 푸틴 인사인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기획한 러시아 공연을 취소하고, 정치에 대한 발언을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말에는 "난 푸틴을 몇 번 만났을 뿐"이라며 푸틴과 거리를 뒀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정치권에선 네트렙코를 향해 '반역자'라는 비난도 나온다.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에서도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이다. 네트렙코는 프랑스 파리와 모나코 등에서 공연을 재개했지만, 공연장 주변에서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파리 공연에서는 "네트렙코는 침략의 공범"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의 시위가 있었다. 4월 모나코 공연 도중 한 관객이 일어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항의한 뒤 퇴장하기도 했다.


김후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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