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지키기 위해 '보통의 용기'를 낸 배우 공효진, 이천희, 전혜진 세 사람이 앞으로 세상을 향해 소리칠 모든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건넨다. 계획 없는 시작이었다. 이렇다 할 확신도 정해놓은 규모도 없었다. '자연에 대한 매너를 찾아보자'는 목적만 있는 여행이었다. 공효진, 이천희, 전혜진 세 사람은 용기 하나로 뭉쳤다. 세상에 목소리를 낼 용기와 가진 신념을 표현할 용기, 이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결국 이 믿도 끝도 없는 일주일 간의 기록은 지구에 커다란 초록 발자국을 남긴다.
영화 '보통의 용기'(감독 구민정)는 세 배우가 탄소 배출로 신음하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무작정 백팩을 메고 에너지 자립섬 죽도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주일간의 탄소 제로 프로젝트를 그렸다. 지속 가능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과 해결해야 할 미션들을 제시하며 환경 문제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본다는 취지다. ‘보통의 용기’는 작년 10월 방영됐던 KBS2 예능 프로그램 '오늘부터 무해하게'의 극장판이다. 영화는 공효진, 이천희, 전혜진 세 배우의 인터뷰를 더해 본래의 취지인 '환경 문제'를 보다 깊이 있고 진솔하게 담아냈다.
"어떤 일에 본인의 목소리를 낸다는 건 용기가 필요하잖아요. 우리 영화는 환경 문제에 소신을 밝히기 위해 부딪히고 성장하는 이야기예요." 지난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보통의 용기' 언론배급시사회에 깜짝 방문한 구민정 감독은 이 영화가 비단 환경 문제 뿐 아니라, 마음속 신념을 표현할 수 있는 작은 용기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공효진의 인터뷰로 시작된다. 빨간 텀블러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선 그의 모습은 담담하지만 대범하다. 어릴 적 호주에서 4년간 생활을 끝으로 한국에 돌아온 공효진은 회색빛 하늘에 안타까움을 느꼈고 환경 문제를 돌아보게 됐다. 이후 환경에 관한 에세이집 '공효진의 공책'을 내고 업사이클링 회사를 운영하는 등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이천희, 전혜진 부부도 마찬가지. 이천희는 서핑을 하다 바다 위 떠다니는 수많은 쓰레기에 큰 충격을 받고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전혜진 역시 어릴 적 뛰놀던 흙과 나무, 하늘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에 미안함을 느꼈다고 말한다.
세 사람은 충청남도 홍성군에 위치한 섬, 죽도로 떠난다. 그곳에서의 룰은 간단하다. 모든 것은 그루(GRU), 즉 나무의 수로 측정되고 이들은 사용한 만큼 산불 피해를 입은 숲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이들은 죽도에서의 생활을 통해 당연하게 사용됐던 물품과 식량이 얼마나 큰 탄소 발자국을 남기는지 몸소 체험하게 된다. 세 사람의 기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단순히 '생존 게임'이 아닌 '자연에 대한 매너를 찾기 위한' 여행이었기 때문. 어떻게 하면 세상을 바꾸고, 또 지구를 변화시킬지 이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 나선다.
영화는 '힐링' 환경 다큐로 소개되는 만큼 소소한 웃음을 선사한다. 공효진의 추진력과 실행력은 영화의 몰입을 높이고 분위기를 푸는 이천희의 센스는 흐뭇한 미소를 유발한다. 여기에 전혜진의 ‘막내미’는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연예계 절친으로 소문난 세 사람의 케미 역시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지는 힐링 유발 포인트.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다큐라는 장르를 특유의 편안함과 유쾌함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세 사람은 하나같이 죽도 하늘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정오의 푸른 하늘부터 노을 지는 핑크빛 하늘, 별이 빛나는 밤 하늘까지. 하늘의 화려한 색채에 반한다. 작품이 담아낸 평화로운 죽도 풍경은 시골 마을 그 자체. 영화를 보는 내내 랜선 여행을 떠난 듯 들뜬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반짝이는 바다와 울창한 나무, 시골 내음 가득한 빨간 지붕들은 어딘가 모르게 정겹기까지 하다.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바로 '백설이의 서사'다. 백설이는 죽도에 사는 새끼 강아지 이름으로 하얀 털과 친화력 좋은 성격이 특징이다. 영화는 내내 강아지의 귀여움을 한껏 담아낸다. 편하게 잠을 자는 모습부터 뛰어노는 모습, 사람에게 안겨 장난치는 모습까지 강아지를 꾸준히 등장시킨다. 백설이의 잦은 등장은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하고 관객과의 유대감을 형성한다. 뿐만 아니라 영화 후반부에는 폭풍 성장한 백설이의 근황까지 담아내면서 일명 '백설이 서사'를 완성한다. 작품의 친화적인 분위기를 더하는 이 귀여운 서사는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