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상속공제 묶여 적자 나도 업종 못바꿔"…中企 성장 걸림돌 수두룩

[다시 기업을 뛰게하자 2부-규제 주머니 OUT]

<4>'뭉텅이 대못'에 신음하는 중기

가업 상속공제 조건 까다로워

업종 변경 제한…한국이 유일

5년 간 연평균 86.7곳만 신청

동기 대비 獨의 0.78%에 그쳐

코로나에 외국인력 입국 주는데

고용허가제가 '인력난' 부추겨

쿼터제·체류기간 등도 개선을








“20대 초반에 창업한 후 한평생을 쏟아부은 회사여서 가업 승계를 희망하고 있지만 이제는 사실상 포기 상태입니다. 상속세 비율은 너무 높고 사후 조건도 매우 까다로워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성실하게 중소기업을 운영해 탄탄하게 일궜는데 죄인처럼 보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듭니다.” 한국욕실자재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송공석(70) 와토스코리아 대표가 기업인들이나 정치권 인사들이 참가하는 토론회 때마다 토해내는 말이다.



송 대표처럼 상속공제를 통해 가업을 승계하기를 희망하지만 여러 가지 요건의 문턱을 넘지 못해 자녀에게 가업을 상속하는 것을 포기하는 중소기업이 하나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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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울경제가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2013~2020년)의 가업상속공제 혜택 기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8년간 평균 69.8곳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2013~2016년) 때는 연평균 60건, 문재인 정부(2017~2020년) 기간에는 연평균 79.7건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독일은 2015~2019년 가업상속공제 적용 건수가 평균 1만 1000건 안팎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연평균 86.7곳으로 독일의 0.78%에 그쳤다.

◇가업상속공제 유명무실=송 대표는 우리나라 중기에서 100년 기업이 나올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기업을 옥죄는 여러 규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속세에 더해 가산세 폭탄까지 맞으면 회사는 타인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며 “상속세는 높고 사후관리 제도 조건은 너무 까다로워 가업 승계를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영국·독일·일본 등과 같이 대대로 가업을 이어받아 국민 기업으로 키워내는 사례를 만들지 못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법제는 과거의 틀에 갇혀 있어 한 단계 더 도약을 이루기 힘들다는 의미다.

가업상속공제는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중소·중견기업이 상속 대상이 될 때 과세 대상 재산에서 최대 500억 원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매출액 4000억 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10년 이상의 경영’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올 7월 정부가 세법 개정을 통해 중소기업에서 꾸준히 요구했던 부분이 개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속세율에 대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번 개편안에서는 가업 승계 대상 기업의 매출액 기준을 400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확대하고 사후 관리 기간은 7년에서 5년으로 완화했다. 다만 납부 유예 및 가업상속공제는 동시에 적용받을 수 없으며 둘 중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다. 가업 승계 지원 제도의 핵심인 가업 상속 후 업종 변경 제한 관련 사안도 세제 개편안에 일부만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상속세율과 까다로운 상속공제 조건 등 암초 수두룩=현행 가업상속공제는 상속한 뒤 7년간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 내에서 동일한 업종을 유지해야 하는데 가업 상속 후 업종 변경을 제한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은 2018년 ‘사업승계세제 특례 조치’에 따라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비상장 중소기업 후계자의 상속·증여세 부담을 유예·면제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계에서는 가업 상속과 관련해 업종 제한을 풀어야 상속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업을 이어받아 사업 다각화를 시도할 수도 있지만 업종이 제한될 경우 다각화를 통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희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9년 법 개정을 통해 소분류에서 중분류까지 업종 변경이 가능하도록 개편이 됐는데 업종 제한 자체를 풀어달라는 게 업계의 요구”라며 “독일의 가업상속승계 제도를 벤치마킹한 듯하지만 독일에서도 업종 제한은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OECD 국가 중 상속세를 폐지했거나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13개국에 달한다.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은 상속세를 폐지하는 대신 자본이득세를 도입했고 상속세를 유지하고 있는 22개국 중 17개국은 직계비속에게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큰 폭으로 세율을 인하했다.

◇인력난 극심한 중기 “고용허가제 개선해야”=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급감하면서 외국인 고용허가제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개선해 외국인 근로자들을 일정 기간 이후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보다는 국내에 정착시켜 숙련공으로 육성해 고질적인 중기의 인력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구다. 민대홍 한국점토벽돌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현재 지방 소재 기업, 뿌리산업 등에 고용 허용 인원을 20% 상향하도록 조치했으나 현장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100%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 남양주시 외국인복지센터장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헌법의 ‘직장 자유 원칙’에 따라 사업장 변경의 원칙적 허용, 재입국 특례를 포함한 국내 취업 활동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 인력 관리 체계 구축, 체류 기간 연장, 사업장 이동 부작용 방지 제도 마련, 외국 인력 도입 제도 및 관련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가업 승계를 불가능하게 하는 세법 등을 비롯해 경직된 주 52시간제, 외국인근로자쿼터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뭉텅이 규제들은 여전해 중기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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