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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수장들 소문난 다독가 많아…"독서경영에 위기돌파 해답 있다"

[多讀多讀 더 행복한 일터] <상> 리더(reader)가 리더(leader) 된다

독서모임·디지털도서관 지원 등

독서경영 실천 제반 시스템 구축

통찰력 키우고 인재 육성에 활용

새 사업 아이디어 발굴 시너지도

지난해 11월 KB금융그룹의 학습·연구 모임인 CoP들이 아이디어를 겨루는 ‘2021 Cop 페스티벌'에서 윤종규(앞줄 가운데) 회장과 수수상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제공=KB금융지난해 11월 KB금융그룹의 학습·연구 모임인 CoP들이 아이디어를 겨루는 ‘2021 Cop 페스티벌'에서 윤종규(앞줄 가운데) 회장과 수수상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제공=KB금융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1년 내내 책을 한 권 이상 읽는 성인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국민 개개인의 지식이 축적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 크다. 이 때문에 여러 기업과 기관들은 독서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으면서 개인과 조직의 꿈을 키우고 있다. 술 자리 회식 대신 독서 모임이 많은 직장이 더 행복하다는 사실은 여러 사례에서 증명된다. 이에 서울경제는 ‘다독다독(多讀多讀) 더 행복한 일터’ 캠페인을 올 하반기 시리즈로 시작한다.




국내 금융권에는 유독 다독가가 많다. 김광수 전국은행연합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금융권 수장들은 중간 간부시절부터 책을 좋아하기로 조직 내에서 유명했다. 이쯤 되면 ‘리더(leader)’는 ‘리더(reader)’만이 되는 모양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부상, 디지털 전환, 코로나 팬데믹 등 금융환경이 급변하면서 이들에게 독서는 더 이상 개인적인 취미의 대상이 아니다. 이들에게 ‘독서 경영’은 신규 트렌트 이해와 경영진의 통찰력 제고, 혁신 인재 양성, 사업 아이디어 발굴, 사내 소통 강화,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해 조직 전반의 역량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조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7년 4월부터 매달 한번씩 신한금융 그룹 경영진과 본부장급을 대상으로 ‘삼선(三先) 세션’을 운영 중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블록체인, NFT(대체불가능토큰), 리더의 멘탈 관리 등 경영진의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만한 책을 선정해 저자나 관련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 방식이다. 이 세션에서 선정된 책들은 신입사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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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수도권 부서장들이 독서를 중심으로 격의 없는 질문과 대화를 나누는 ‘미라클 모닝 클래스’를 올 상반기 3차례 가진 데 이어 앞으로 모임을 정례화할 방침이다. 진 행장은 일본 경제학자 모리타 겐지의 책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을 직접 번역해 출간하기도 했다.

KB금융은 ‘집단지성 캠퍼스’라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인문학, 경제·경영,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강연을 듣고 책을 읽는 과정에서 직원들과 함께 소통하고 학습하는 커뮤니티다. 특히 윤종규 회장은 2016년 그룹 내 실무자 중심의 ‘학습·연구형’ 자율학습 커뮤니티인 CoP(Communities of Practice)를 만들어 지식을 공유하고 산출된 정보와 경험을 그룹 전체로 확산시키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창의적이고 독특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직원들이 참여해 또래 MZ 세대 고객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이 ESG 경영 차원에서 조성한 한 ‘작은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사진제공=KB국민은행KB국민은행이 ESG 경영 차원에서 조성한 한 ‘작은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사진제공=KB국민은행


KB금융 계열사들은 독서를 매개로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2008년부터 ESG 사업 차원에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군부대에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작은 도서관’을 조성해주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충남 서산시 운산면에 100호점을 개관했다. KB증권은 국내 취약 계층이나 해외 어린이들의 교육, 놀이 환경을 개선하고 도서관 기자재를 지원하는 ‘무지개교실’을 운영 중이다.

손태승 회장은 공식 프로필에 ‘독서’를 취미로 적을 정도로 애독가다. 그는 디지털 혁신, MZ세대 관련 등 주요 경영 트렌드 관련 도서를 임직원들에게 수시로 추천하며 의사소통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영을 넷플릭스하다’, ‘MZ세대 트렌드 코드’를 임직원들에게 공유했다.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자체 온·오프라인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직원들은 교육 전용 포털인 ‘WEZ(Woori Education Zone)’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 도서관은 종이책 약 3만3000여 권, 전자책 1만4000여권 등 총 4만7000권을 보유 중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하반기부터 전직원 인문소양 강화를 위한 독서연수 ‘우리북러닝 프로그램’도 운영할 방침이다. 하나은행도 시장 트렌드 이해와 전략 수립, 리더의 역량 제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등을 목표로 독서경영을 실천 중이다. 관리자 직급을 대상으로 분기별 500명이 삼성경제연구소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듣는 ‘하나 마에스트로’,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굿모닝 다독공감’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IBK기업은행은 올 4월부터 ‘IBK디지털책방’을 가동하며 시공간의 제약 없이 독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소장 도서는 6만여권 달한다. 또 다양한 신간을 읽을 수 있는 독서통신연수를 실시하고 있고 독서동아리에 활동비 지급, 전문가 강연 등을 지원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의 경우 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 임원들이 매월 추천도서 10권 중 1권을 선택해 책을 읽도록 유도하고 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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