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신탁으로 취득한 부동산이더라도 실소유자 동의 없이 임의로 처분할 경우 실소유자에게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명의 신탁자 A 씨가 명의 수탁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A 씨는 2011년 10월 토지를 매수하면서 동업자인 B 씨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B 씨는 2014년 4월 A 씨 동의 없이 해당 토지를 14억 원에 매도했다. B씨는 매매 대금으로 은행 채무 9억 8000만 원을 제외한 4억 2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A 씨는 B 씨를 상대로 자신의 동의 없이 토지를 불법으로 처분했다며 매매 대금 중 4억 2000만 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등기명의 신탁 토지를 명의 수탁자가 임의로 처분했을 경우 민사상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였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B 씨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명의 수탁자가 명의 신탁자의 채권인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명의 신탁 받은 부동산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했다면 사회 통념상 사회질서나 경제질서를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자의 채권침해에 따른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