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반대 의사를 철회한 튀르키예(터키)에 F-16 전투기 판매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F-16 전투기는 미국이 우방에만 판매하는 무기로 알려져 있다.
2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셀레스트 월랜더 미국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는 이날 언론과 진행한 콘퍼런스콜(전화 브리핑)에서 튀르키예에 대한 F-16 전투기 판매 가능성을 묻는 말에 “튀르키예는 능력 있는 전략적 나토 동맹국”이라면서 “튀르키예의 방어 능력 강화는 나토 방위 역량의 강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국방부는 F-16 전투기 전력을 현대화하려는 튀르키예의 계획을 완전히 지지한다”면서 “이 계획은 작업 중이며 계약 절차(contracting process)를 완료해야 하지만 튀르키예의 전투기 현대화는 나토 및 미국 안보에 기여하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튀르키예의 숙원인 F-16 전투기 구매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F-35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튀르키예는 F-35 전투기를 구매할 예정이었으나 2019년 미국의 반대에도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하면서 판매 금지 대상에 올랐다.
이후 튀르키예는 F-35 대신 지난해 10월 미국에 40대의 F-16 전투기 및 기존 전투기 현대화를 위한 키트 80개에 대한 구매를 요청했으나 미국은 이에 대해 답변을 구체적으로 하지 않고 있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튀르키예가 미국산 전투기 구매를 관철하기 위해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반대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들 국가의 쿠르드 민병대 지원이 튀르키예의 핵심적 반대 이유였으나 이면에는 나토 확장을 원하는 미국으로부터 반대급부를 받는 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미국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반대를 철회하는 것과 관련해서 어떤 것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백악관 풀 기자단이 전했다.
미국과 튀르키예간 현안이 정리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날 정상회담도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스웨덴 및 핀란드의 나토 가입 문제를 거론하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랜만에 함께 자리하게 돼서 기쁘다”면서 “미국은 나토 강화 측면에서 중요하며 나토 강화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문제에서 긍정적인 공헌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이어 러시아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방어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또 우크라이나 곡물을 이동시키기 위해 러시아의 방해를 없애는 방안도 협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건설적인 양국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도 전했다고 백악관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